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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덕기자 덕질기] 나는 집에서 당구 친다

등록 2016-06-29 17:20수정 2016-08-09 14:47

평생 일만 하다 죽는 삶만큼 끔찍한 것은 없다. 문제는 그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미리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대처법은 간단하다. 평소 끊임없이 ‘놀 궁리’를 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영화 <타짜>에서 평경장, 짝귀와 함께 전국 화투판을 지배하는 인물 아귀는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정 마담한테 “상상력이 많으면 인생이 고달파”라고 한다. 이는 굴종을 강요하는 지배자의 언어다. 우리 같은 피지배자들은 계속 상상하고 놀 궁리에 빠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인생이야말로 고달프다. 자본주의 시대 노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을 향한 피 튀기는 투쟁의 역사다. 이게 다 노동자들의 건강한 ‘놀 궁리’와 상상에서 비롯됐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상상과 궁리의 결과, 넉 달 전 그분이 내 집 거실에 납시었다. 동네 당구장에서 큐대 들고 공 좀 쳐본 동호인들의 영원한 판타지, 바로 ‘내 집 거실 당구대’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미니 당구대, 이런 거 아니다. 가로·세로 151㎝×273㎝의 다부진 체격, 500㎏이 넘는 육중한 몸무게를 자랑하는 국내식 중대가 그 주인공이다. 나무 테두리를 빼고 파란 천이 깔린 실제 경기장 크기는 123㎝×246㎝다. 국제 스리쿠션 대회를 치르는 142㎝×284㎝ 크기의 국제식 대대에 비하면 1㎡ 남짓 면적이 작지만 내겐 부족함이 없다.

이로써 대학 1학년이던 1991년 당구에 입문한 뒤 25년 동안 자나깨나 내 목젖 주변을 어른거리던 한 줄기 갈증은 비로소 해소됐다. 규제혁파를 외치며 대불공단의 전봇대 뽑혀나가는 장면을 지켜봤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마음도 이보다 시원하진 않았을 터다.

전종휘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전종휘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거실 당구대를 영접한 뒤 퇴근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하나 늘었다. 집에서 저녁밥을 먹자마자 일단 큐대를 든다. 어젯밤 당구채널에서 본 멋진 장면, 2014년 한국인 최초로 스리쿠션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세계 최강’ 토르비에른 블롬달(스웨덴)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최성원 선수의 멋진 결승전 샷을 성공할 때까지 연습한다. 설거지는 그다음이다.

전종휘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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