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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1.6% 대 1.4%’…형제는 용감했다?

등록 2016-06-21 17:54수정 2016-06-22 07:42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를 두고 여러 가지 설이 나돌고 있다. 재벌 비리 처벌 이상의 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4·13 총선 참패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 방지를 위한 사정 정국의 신호탄이라는 관측도 있고, 검찰이 제 식구인 홍만표·진경준 비리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을 누그러뜨리려고 롯데 수사를 활용한다는 의혹도 나온다. 국민의 검찰 불신이 워낙 커 설득력 있게 유포되고 있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이번 수사와 관련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롯데의 자업자득이라는 점이다.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여 왔다. 재벌가에서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치명적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과정에서 내부의 비리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 현대, 한화, 두산 등이 그랬고, 지금 롯데와 효성이 그렇다.

실제로 두 형제는 지난 1년 동안 한·일 양국을 넘나들며 9건의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중국 사업 손실 규모를 숨겼다는 이유로 소송을 냈고 재판 과정에서 1만6천여장의 회계장부와 관련 서류를 넘겨받았다. 롯데의 중국 투자는 신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칼끝을 겨누고 있는 핵심 고리다. 이밖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딸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있고, 롯데마트는 가습기 살균제 판매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또 롯데홈쇼핑은 채널 재승인 심사 때 허위 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했다. 줄줄이 엮여 있다.

그동안 불법과 비리가 이렇게 첩첩이 쌓인 데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은 황제경영 탓이 크다. 롯데 총수 일가는 그룹 전체 지분율이 겨우 2.4%에 불과한데도 복잡한 출자구조를 통해 매출 83조원, 임직원 10만명, 한국 계열사 86개, 일본 계열사 36개사의 거대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국내 재벌의 전체 순환출자 94개 중 71.3%가 롯데의 순환출자다. 그나마 순환출자금지·공시제도가 도입돼 대폭 줄었다. 2014년엔 무려 9만5033개나 됐다. 또 국내 계열사 86곳 중 상장기업은 8곳뿐이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비롯해 대부분이 비상장사이다. 10대 재벌 가운데 지주회사가 비상장사인 곳은 롯데가 유일하다. 외부 감시뿐 아니라 내부 견제도 없다. 전직 계열사 임원을 버젓이 현직 사외이사로 앉히고 이들이 감사까지 겸임하는 경우도 있었다. 총수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려 할 때 이를 막아야 하는 게 이사회인데 거수기 노릇만 했다. 이런 후진적 지배구조 아래서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납품업체 단가 후려치기 등이 저질러졌고, 자연스럽게 비자금 조성 의심을 사게 됐다.

안재승  논설위원
안재승 논설위원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 속에서 두 형제는 25일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놓고 또다시 표 대결을 한다.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여기서 승리하면 한·일 롯데를 모두 장악하게 된다. 형과 동생의 롯데홀딩스 지분은 각각 1.6%와 1.4%이다. 쥐꼬리 수준이다. 두 형제는 지금 일본에서 우호지분을 확보하려고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기업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내가 그룹을 차지하겠다는 욕심이다. 이게 바로 재계 5위 롯데가 처해 있는 현실이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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