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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병인양요 150돌 / 김지석

등록 2016-05-30 21:20

“조선과 같은 먼 극동의 나라에서 우리가 경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아주 가난한 사람들의 집에도 책이 있다는 사실이며, 이것은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의 자존심마저 겸연쩍게 만든다.” 프랑스 해군 견습사관으로 1866년 병인양요에 참여한 주베가 7년 뒤 여행잡지 <세계일주>에 쓴 글이다. 이 표현만 보면 조선과 프랑스가 평화롭게 만난 듯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우리는 또한 국가의 고문서고(古文書庫)를 발견했는데, 조선의 역사, 전설, 문학에 관해 많은 신비를 설명할 수 있는 대단히 신기한 책들을 확인했습니다. … 이 신기한 수집을 각하에게 보낼 생각인데 각하는 물론 국립 도서관에 전달할, 유익한 것으로 판단하실 것입니다.” 병인양요에서 강화도 침공을 지휘한 로즈 제독(해군 소장)이 해군성 장관에게 보낸 보고서다. 강화읍의 외규장각에서 귀한 문서를 강탈했으니 공을 인정해 달라는 내용이다.

더 노골적인 자료도 많다. ‘조선 국왕의 운명은 프랑스 황제의 결정에 따른다. … 조선 백성은 프랑스를 해방자로 본다. 국왕이 무조건 항복하고 프랑스 황제의 자비를 애원하지 않는 한 화해는 불가능하다.’ 당시 조선까지 관할하던 중국 주재 프랑스 공사 벨로네가 병인양요 직후 중국 쪽에 보낸 ‘통첩’이다.

병인양요는 근대 이후 조선이 외국군의 침공을 받은 첫 사례다. 7척의 군함을 동원한 프랑스는 20여일 만에 조선 포수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 수십명의 사상자를 내고 철수한다. 유럽 군대가 비서구 지역에서 패배한 드문 경우다. 올해는 한-프 수교 130돌(6월4일)이자 병인양요 150돌이 되는 해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프랑스를 방문해 ‘수교 130돌 공동선언’을 채택한다. 외규장각 문서 297권은 2011년 ‘영구 임대’ 형식으로 돌아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이제 확실하게 돌려받을 때가 됐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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