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8년 8월5일 유럽과 북미를 잇는 세계 첫 대서양 횡단 해저 통신케이블이 개통됐다. 톰 스탠디지는 19세기 전신기술 발달의 역사를 다룬 <빅토리안 인터넷>에서 “모든 나라들 간 사상의 교류를 가져와 낡은 편견과 적대감이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한 당시 언론 보도를 전한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낡은 세계와 신천지를 잇는 순간적인 생각의 고속도로”의 탄생이라고 명명했다. 새뮤얼 모스가 미국에서 첫 전신 송신에 성공한 지 20년 만에 전신망은 육지를 덮고 대서양까지 가로질렀다.
스마트폰 세상에서 모든 정보가 무선으로 오가는 걸로 보이지만, 실제론 광케이블이 담당한다. 국내에서 인터넷은 연구망인 하나망이 위성통신으로 하와이대학에 연결된 게 시작이지만, 1991년 연결 방식을 위성에서 해저 케이블로 바꾼 뒤 사용량이 늘고 본격화했다. 바다를 건너가는 인터넷 데이터의 99%는 해저 케이블로 오간다. 국제적 대형 사업으로 출발한 해저 케이블 가설과 운영은 이후 민간 통신사 컨소시엄 위주로 진행되어 왔는데, 인터넷 환경에서 새로운 용도의 해저 케이블이 가설되고 있다.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페인과 미국을 잇는 초고속 해저 케이블 ‘마레아’ 설치에 나서, 내년 완공할 예정이다. 기존 대서양 횡단 해저 케이블보다 훨씬 빠른 초당 160테라바이트의 마레아는 두 회사의 클라우드와 인터넷 서비스 속도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구글은 현재 미국과 일본을 잇는 9천㎞의 태평양 횡단 해저 케이블을 가설 중이다. 구글 서비스를 더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사용료를 내면 이용할 수 있던 보편재 영역에 특정 서비스는 사설 고속도로로 더 빨리 달리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공유와 개방이라는 인터넷 정신과 망 중립성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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