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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새누리당 무너지면 안 된다

등록 2016-05-04 19:51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는 활기와 웃음이 넘쳤다. 당선자 개개인은 어려운 선거에서 살아 돌아온 자신이 무척 대견했을 것이다. 1주일 전 당선자 워크숍 때도 그랬다. 정권이 넘어가도 앞으로 4년간 이들 122명의 국회의원 신분은 바뀌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야당이 제맛’이라는 말도 있다.

4·13 선거 뒤 3주일이 흘렀다. 대통령이 속한 집권당이 2당으로 전락한 결과보다 패배 뒤 수습 능력을 상실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더 놀랍다. 친박 당선자들은 예상대로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표를 몰아줬다. 당분간 새누리당에 큰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원유철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저지한 ‘새누리당 혁신 모임’(새혁모)은 사실상 해산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한국 사회 기득권 세력의 전위대였던 한나라당은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패한 뒤 ‘10년 야당’을 했다. 분골쇄신, 와신상담, 환골탈태했다. 분열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오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다시 서서히 여당 체질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구성원 개개인이 선당후사가 아니라 선사후당을 한다. 내 착각인지 몰라도 의원들의 배가 점점 더 나오는 것 같다.

“야당 경험 있는 의원들이 별로 없다. 늘 여당만 할 것 같은 착각 때문에 혁신의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수도권 3선)

“19대에 이어 20대에도 함량 미달 의원들이 밀려들어왔다. 박근혜 대통령 아니었으면 구청장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일류들은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공천을 받지 못했다.”(수도권 3선)

하기는 18대 국회 한나라당에는 ‘합리적 보수’, ‘개혁 보수’, ‘실용 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꽤 많았다. 초선 의원들이 ‘민본 21’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개혁의 목소리를 냈다. 권영진·권택기·김선동·김성식·김성태·김영우·신성범·윤석용·정태근·주광덕·현기환·황영철 등이다. 당시 한나라당의 강점은 폭넓은 스펙트럼이었다. ‘개혁 보수’에서 ‘원조 보수’까지 다 있었다. 친이명박 세력은 여당, 친박근혜 세력이 야당 구실을 했다. 여당 안에 여당과 야당이 다 있으니 진짜 야당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한나라당은 결국 그 힘으로 연속 집권했다.

연속 집권의 뒤안길에서는 스펙트럼의 한쪽이 무너지고 있었다. 19대 국회에서 남경필·김세연 의원 등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으로 개혁보수의 명맥을 이어갔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박근혜-이한구 공천’이 관철된 20대 국회에서 개혁 보수는 더 퇴조했다. 영남의 3선 의원은 “당선자 명단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혁신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10명도 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능력이 부족한 정당은 야당을 하면 된다. 수명이 다했으면 해산하면 된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대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집권여당의 책무가 막중하다. 구조조정, 양적완화 등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초대형 정책 현안이 눈앞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맡길 수 없다. 새누리당이 나서야 한다. 대통령 임기 안에 꼭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 골라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설득하고 동시에 뒷받침해야 한다. 야당의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둘째, 2017년 12월 대선을 잘 치러야 한다. 현재의 야당이 반사이익으로 정권을 잡게 해서는 안 된다. 역량 있는 후보를 내세워 국민에게 좋은 대통령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왕이면 개혁 보수 성향의 젊은 후보를 발탁했으면 좋겠다. 이제 보수 기득권 세력도 세대교체를 시도할 때가 됐다.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오세훈 등 나이가 젊으면서도 정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에게 대선후보로 나설 기회를 줘야 한다. 야당 지지자 중에는 이런 사람들이 여당 후보가 되면 그를 찍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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