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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옥시 살균제 참사’에서 확인된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

등록 2016-05-03 19:18수정 2016-05-04 15:23

유레카
‘기형아 출산 유발’ 진통제 불허했던 미국
유해성 제품에 ‘안전 공산품’ 지정한 한국
합법제품 판 기업 잘못 전에 국가에도 책임이
건조한 실내 공기로 인해 가습기를 쓰는 나라는 많다. 인터넷쇼핑몰 아마존에선 14만건 넘는 가습기가 판매 중이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는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제조·판매된 상품이다. 그 결과 현재 확인된 사망자만 140명을 넘었다.

1957년 독일 그뤼넨탈 제약사가 개발·판매한 진통제 탈리도마이드는 임신부의 입덧을 덜어주는 진정효과로 유럽, 일본 등 40여 나라에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미국에선 끝내 판매되지 못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신약 허가 업무를 맡은 새내기 공무원 프랜시스 켈시 박사가 독성실험 정보가 부족하다며 허가 신청을 거부했다. 전세계에서 판매 중인 약품을 최대 시장에 출시하지 못하자 제약사는 전방위 로비를 펼치며 “까다롭고 고집 세고 비합리적인 관료”라고 켈시를 비난했다.

탈리도마이드를 임신부가 복용하면 팔다리 없는 기형아 출산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1만2천명 넘는 기형아가 태어나는 비극 뒤에야 확인됐다. 미국 식품의약청 덕분에 미국민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 17명의 탈리도마이드 기형아가 출생했는데, 제약사가 미국 의사 1천명에게 연구 목적으로 나눠준 샘플 때문이었다. 켈시 박사가 지난해 숨지자 미국 언론은 ‘20세기 미국 여성 영웅’의 죽음을 대대적으로 애도했다.

진실과 책임을 외면해온 기업을 비난하기 전에 할 일이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판매가 합법인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은 당연하다. 제품의 유해성 여부와 판매를 결정하는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 환경부는 1997년 관보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유독물에 해당 안 됨”이라고 고시했고, 산업자원부는 이 물질을 사용하는 살균제를 ‘자율 안전확인 대상 공산품’으로 지정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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