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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알파고가 보여준 미래와 한국 / 김민수

등록 2016-03-27 19:01수정 2016-03-27 19:32

한동안 알파고의 인공지능 바둑에 세상이 떠들썩하더니, 주말에는 인공지능 채팅로봇 테이의 막말 파문 소식이 전해졌다. 인공지능의 현재를 보여준 엇갈리는 두 장면에서 우리는 많은 질문을 떠올린다. 직관과 통찰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리를 어떤 세상으로 이끌 것인가? 많은 이들이 인류의 위기를 언급했고 사라질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넘실거렸다.

인공지능에 대한 다양한 기대와 우려는 기술만능주의에서 기계파괴 운동까지 기술에 대한 역사 속 다양한 반응 방식에 겹쳐진다. 물론 인간 한계를 넘는 자율적 지능의 발생은 질적으로 다른 문제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분명 과장된 면이 있다. 기술 자체보다 기술적 시스템에 대한 맹신과 과욕이야말로 우리를 엄청난 위험에 빠트릴 수 있으며, 이는 유전자 조작이나 원자력 발전 등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생각을 되짚어보자. 암울한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이는 인공지능이 아닌, 그것을 이용한 몇몇 인간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 인공지능에 의한 인류 종말을 우려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로봇보다 자본주의가 더 무섭다”고 했다. 사실 인류의 종말 여부는 인공지능 자체보다 이를 활용하는 사회적 구조와 관계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알파고도 결국 인간이 품은 위대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 중 하나일 뿐이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인간은 우주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이라 했다. 인간의 눈에 투영된 우주, 인간이 이해하는 인간, 그것은 어쩌면 재귀적 모순이다. 문제와 판단기준 안에서만 실력을 발휘하는 인공지능이 아닌, 꿈을 꾸고 의미 없는 상상을 하고 재미를 좇는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우려하는 ‘강한 인공지능’의 의지도 상상력을 통해서만 발현 가능하다. 상상력을 가진 인공지능이라면 스스로를 제어해야 할 이유와 통제의 방법도 배우게 될 것이다. 결국 알파고의 이야기는 <바이센테니얼 맨>으로 끝을 맺는 셈이다.

기술 발전으로 사라질 직업과 소외되는 사람들이 우려되는가?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달라질 세상에 대한 상상력과 사회 재구성 방향의 모색이다. 그런데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

분명한 것은 주어진 문제를 빠른 시간에 푸는 능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빠른 답 찾기보다 인간과 사회, 세상에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도록 이끄는 교육이 필요하다. 과학을 발전시키고 세상을 바꾸어온 것은 위대한 질문들이었다.

알파고의 실력에 놀란 정부가 갑자기 다급해졌다. 인공지능에 시큰둥했던 부처들이 며칠 만에 정책 경쟁을 벌이고, 연구기관 설립과 수조원의 연구비 투입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게 조직과 순발력으로 겨룰 문제인가? 알파고가 이미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상황임에도, 큰 계획만 있을 뿐 담대한 구상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 기대고 효율만 강조해서는 인공지능의 자가발전 속도조차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행정적 틀에 짜인 질문에 대한 응답이 아니라 담대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는 상상력이 필요하며,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 전환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김민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김민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디지털 시대의 코딩 교육 강조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혁신의 힘은 코딩이 아닌 알고리즘에서 나온다. 판에 박힌 사고와 빠른 성과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혁신적 알고리즘의 탄생은 요원하다. 상상하고 도전하는 힘을 키워내지 못한다면 인공지능 시대 한국의 미래는 더욱 어두울 수밖에 없다.

김민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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