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직접행동 / 박용현

등록 2016-03-02 19:18수정 2016-03-02 21:42

‘직접행동’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미국의 무정부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볼테린 디 클레어가 1912년에 쓴 같은 제목의 글에서다. “미국 독립 과정에서 온갖 종류의 직접행동이, 가장 평화로운 방식부터 가장 폭력적인 방식까지 벌어졌다. 사람들이 미국사를 공부할 때 가장 흥미롭게 읽는 대목일 것이다…. 직접행동은 이처럼 늘 있었고, 지금 그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조차 역사적으로 승인할 수밖에 없다.” 그로부터 7년 뒤 일어난 3·1운동은 직접행동의 생생한 전범이다. 직접행동의 대표 사례로 늘 꼽히는 간디의 저항운동에도 영향을 끼쳤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직접행동은 선거와 협상 등 정상적인 정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식민지 독립운동이야 필연적으로 직접행동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그 밖에도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직접행동이 일어났다. 전통적인 시위와 농성을 통한 민주화·인권운동뿐 아니라 무분별한 벌목을 막기 위해 나무를 껴안는 칩코 운동, 남미에서 주방기구를 두드리며 독재에 저항한 카세롤라소 운동,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진 대규모 점거 운동 등 주제와 방식도 다양하게 진화했다. 하지만 본질은 같다. 정치학자 에이프릴 카터가 말했듯, 집권세력을 통해 자기 요구를 관철할 수 없는 이들의 최후 수단이며 대의민주주의의 결함을 보완하는 장치다.

박근혜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또 “국민이 직접 나서 달라”고 했다. 총선에서 야당을 심판해 달라는 뜻이라면 선거법 위반이니 그건 아닐 테고, 어떤 형태로든 직접행동을 요구하는 것일까. 그런 뜻이라면, 이미 직접 나서고 있는 국민은 하고많다. 3·1절에도 ‘12·28 합의’ 무효를 외치는 행진, 영화 <귀향> 관람 열풍, 소녀상 보급을 위한 모금 등이 이 땅을 수놓았다. 3·1운동 정신이 그들에게서 빛난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이러다 다음 전쟁터는 한반도가 된다 1.

이러다 다음 전쟁터는 한반도가 된다

다시 전쟁이 나면, 두 번째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연철 칼럼] 2.

다시 전쟁이 나면, 두 번째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연철 칼럼]

이미 예견됐던 ‘채식주의자’ 폐기 [한겨레 프리즘] 3.

이미 예견됐던 ‘채식주의자’ 폐기 [한겨레 프리즘]

[사설] ‘이태원 참사’ 2년 넘게 방치하는 감사원의 직무유기 4.

[사설] ‘이태원 참사’ 2년 넘게 방치하는 감사원의 직무유기

[사설] 국책사업·이권 개입으로 번지는 ‘명태균 의혹’ 5.

[사설] 국책사업·이권 개입으로 번지는 ‘명태균 의혹’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