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안선희의 밑줄 긋기] 총선 공약 읽는 법

등록 2016-02-18 19:43수정 2016-02-18 20:06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있는 변화’. 기억날지 모르겠다.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집 제목이다. 첫 페이지 ‘국민행복 10대 공약-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로 시작해 397쪽에 걸쳐 201개의 공약이 들어 있다. ‘사람이 먼저인 대한민국, 국민과의 약속 119’.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집 제목이다. 303쪽짜리 책자에 119개 공약이 적혀 있다. 공약집의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다소 다르지만, 두 후보가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앞다퉈 내세운 건 같았다. 세상이 곧 바뀔 것 같았다. 3년이 지났고, 세상은 더 나빠졌다.

북한 핵실험, 선거구 협상, 공천싸움 등으로 영 어수선하지만, 어찌됐든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니 정당들이 총선 공약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온갖 말의 성찬, 백화점식 나열 속에서 길을 잃기 쉽지만, 꼼꼼히 읽어보고 부족한 부분은 따져 물어야 한다. 공약 평가의 첫째 기준은 과연 이 시대 ‘핵심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하는 것이다. 많은 국민과 지식인들이 ‘과도하고 불공정한 불평등’을 우리 사회 여러 병적 증상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정당들도 새누리당 빼고는 대부분 공감하는 듯하다. 18일 국회 연설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2016년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는 분명합니다. 격차 해소와 평화통일입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불평등 해소’를 ‘더불어 성장’ ‘안전한 사회’와 함께 총선 공약 3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대한민국은 오이시디 국가 중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고 있다”며 ‘전면적 변화’를 강조했다.

원인 진단을 했다면, 이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는지 봐야 한다. 핵심문제가 불평등이라면 해결책은 명확하다. 임금격차를 줄이고(분배), 복지를 확대(재분배)해야 한다. 전체 경제파이를 키울 수 있으면(성장) 더 좋다.

새누리당은 확실히 복지에 신중해진 듯하다. 돈이 많이 드는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2013년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 최근 누리과정 예산 파동 등의 학습효과일 것이다. 보수진영에서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지만, 더불어민주당도 적극적인 건 아니다. ‘청년취업활동비 지급’ 말고는 대선 공약에서 크게 나아간 게 없다. 기초연금은 대선 때 ‘노인 80%에게 20만원 지급’에서 ‘70%에게 지급(차등 없이)’으로 축소됐다. 정치권이나 국민들이나 재원대책에 민감해진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자칫 ‘복지국가’라는 꿈 자체가 희미해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임금격차 축소는 어찌 보면 복지 확대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복지정책은 국민의 동의만 얻으면 정부가 실행할 수 있지만, 임금은 시장에서 여러 요인이 얽혀 최종적으로 기업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치가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이와 관련해 나온 공약은 정의당이 “국민 평균 월급 300만원 시대를 열겠다”며, 대기업·하청업체 초과이익공유제,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등을 제시한 것이다.

안선희 사회정책팀장
안선희 사회정책팀장
구체적인 정책을 모색하다 보면 각 정당은 지지층의 이해관계와 상충되거나 유권자 대부분이 못마땅해하는 정책과 마주서야 할 수도 있다. 소득세 증세나 고소득 노동자 임금 인상 자제 같은.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18일 총선 공약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치권이 선거 때만 되면 근사한 말을 늘어놓다가 선거가 지나면 어디로 가버리는지 모르는 공약만 내놓는다. 이제는 정당이 국민에게 솔직해야 한다.” 맞다. ‘근사한 말’은 지금까지로 충분하다.

안선희 사회정책팀장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은 왜 이리 구차한가 1.

윤석열은 왜 이리 구차한가

이진숙 탄핵 기각이 방송 장악 면죄부는 아니다 [사설] 2.

이진숙 탄핵 기각이 방송 장악 면죄부는 아니다 [사설]

‘내란 청문회’ 증언, 모두 윤석열을 가리킨다 [1월23일 뉴스뷰리핑] 3.

‘내란 청문회’ 증언, 모두 윤석열을 가리킨다 [1월23일 뉴스뷰리핑]

법집행 전면 부정한 ‘폭동’ 배후도 철저히 수사해야 [왜냐면] 4.

법집행 전면 부정한 ‘폭동’ 배후도 철저히 수사해야 [왜냐면]

대추리의 싸움…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맞서다 5.

대추리의 싸움…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맞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