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101, 원오원, ㅋㅋㅋ / 김양희

등록 2016-02-15 20:02수정 2016-02-15 21:59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는 수많은 은유가 담긴다. 케이블 음악방송 엠넷(Mnet)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도 그렇다. ‘101’을 ‘일공일’이나 ‘백일’로 읽었다면 ‘H.O.T’를 ‘에이치.오.티’가 아닌 ‘핫’으로 읽는 것과 같다. 제작사 쪽이 의도한 것은 영어 발음 ‘원오원’이다. ‘원오원’은 영미권에서 대학 강의 기초과목을 뜻한다. <프로듀스 101>은 ‘제작개론’쯤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프로듀스 101>에서는 소속사가 다른 101명의 소녀 연습생들이 유닛 걸그룹에 뽑히기 위해 경쟁한다. 100% 투표 방식이기 때문에 가창력이나 춤 실력보다는 팬들의 호감도에 달렸다. 2001년 방송됐던 <목표달성 토요일>(문화방송)의 한 꼭지인 ‘악동클럽’이 <슈퍼스타케이(K)>(엠넷), <위대한 탄생>(문화방송), <케이팝스타>(에스비에스)를 거쳐 <프로듀스 101>까지 진화한 모양새다.

제목에 ‘개론’이 들어갔으니 에이(A)부터 에프(F)까지 학점을 매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1위부터 100위까지 순위도 공개된다. 하위권에 대한 배려는 없다. 걸그룹 트와이스를 탄생시킨 <식스틴>(엠넷)에서 메이저, 마이너로 구분됐던 연습생들은 <프로듀스 101>에 와서 개별 학점, 등수까지 매겨지는 처지가 됐다. 국민투표라고는 하지만 카메라에 많이 노출된, 그리고 우호적으로 편집된 연습생이 투표받기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공정을 가장하지만 애초부터 공정은 없었다.

언어유희의 시각에서 보면 ‘101’은 일견 ‘lol’(엘오엘)과 닮았다. ‘lol’(laugh out loud)은 영미권 메신저, 트위터 등에서 사용되는 웃음을 표현하는 속어로 한국으로 치면 ‘ㅋㅋㅋ’쯤 된다. 꿈은 상품화됐고 서열화까지 됐다. 마치 잔인하고 혹독한 장난 같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은 왜 이리 구차한가 1.

윤석열은 왜 이리 구차한가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다 [김누리 칼럼] 2.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다 [김누리 칼럼]

[사설] 김용현 궤변 속 계엄 찬성했다는 국무위원 밝혀내야 3.

[사설] 김용현 궤변 속 계엄 찬성했다는 국무위원 밝혀내야

헌재에서 헌법과 국민 우롱한 내란 1·2인자 4.

헌재에서 헌법과 국민 우롱한 내란 1·2인자

분노한 2030 남성에게 필요한 것 [슬기로운 기자생활] 5.

분노한 2030 남성에게 필요한 것 [슬기로운 기자생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