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프로그램에 ‘초능력자’라는 코너가 있다. 솔 블루투스를 장착한 초능력자가 상대에게 고통을 전송하기 위해 자기 몸에 극심한 고통을 준다는 내용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대응책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했다. 개성공단은 북한보다 우리에게 이득이다. 정부 스스로 “뼈를 깎는 결단”이라고 했다. 개그는 보고 웃으면 그만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결정에는 웃을 수가 없다.
한반도는 냉전세력과 평화세력의 각축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미국 펜타곤과 월가의 이해가 복잡하게 교차한다. 최근 북한 핵실험과 로켓 발사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사고는 북한이 쳤지만 정치적 이득은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과 한국의 박근혜 정부가 챙기고 있다.
우리나라 1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8.5% 급감했다. 궁지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에게 북한의 도발은 지지율 만회의 기회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그는 느닷없이 국회에 테러방지법 통과를 요구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북한에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위를 내놓는 것이나 다름없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까지 얹어서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표현대로 테러방지법이 로켓 발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아하다. 테러방지법은 테러대책기구를 국가정보원에 둘 경우 국민의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는지 없는지를 놓고 여야 간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또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 공식 협의 결정과 발표도 말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우리나라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중국은 즉각 김장수 주중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이제 북한과 비슷한 골칫거리로 대하는 것 같다. 한-중 관계가 큰 걱정이다.
한반도 정세는 ‘한-미-일’ 대 ‘북-중-러’ 냉전시대의 대결구도로 급속히 되돌아가고 있다. 1999년 1월4일 김대중 대통령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선언한 뒤, 1999년 페리 프로세스, 2000년 6·15 선언, 2000년 북-미 공동코뮈니케,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10·4 선언으로 이어오던 대화와 협상의 끈이 이제 완전히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북한의 도발, 박근혜 정부의 무모함, 아베 정권의 야심, 중국의 무기력, 미국의 관성적 대응 등의 합작이다.
한반도 냉전구조 부활의 배후에 숨어 있는 일본과 한국 내 기득권 세력의 정치적 계산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외관계에서 위기가 닥치면 국내 정치에서 강경 보수세력의 입지가 넓어진다.
일본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른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맞서 민주·공산·유신·사민 등 일본 주요 4개 야당은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태도를 바꾸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쪽 사정에 밝은 이부영 전 의원의 전언이다.
우리나라 사정도 비슷하다. 새누리당 압승을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야권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모여 ‘다시 민주주의 포럼’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관심을 거의 끌지 못하고 있다. 분단 기득권 세력과 평화 민주 세력의 담론 싸움에서 반정치주의로 무장한 기득권 세력의 야권분열 프레임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갈수록 심각해지는 남북의 대결 국면은 야권 선거연대의 결정적 장애물이 될 것이다. 문제는 4·13 이후다. 새누리당이 200석을 확보하면 일본처럼 보수 기득권 세력 영구집권을 위해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기우일까?
한반도 냉전구조 부활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일본과 한국에서 평화 민주 세력의 단결이 절실하다. 그런데 현실은 완전히 거꾸로다. 야권의 분열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우연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기획일까.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shy99@hani.co.kr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연재성한용 칼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