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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질풍경초 / 김지석

등록 2016-01-26 18:52

“거센 바람이 불 때 억센 풀을 알게 되고(질풍경초) 모반의 분탕질 속에서 참된 신하를 알게 된다는 옛 말씀과, 고능선 선생의 가르침 중에 대신 삼학사가 죽을지언정 굽히지 않았다던 말씀을 다시금 생각했다.”(<백범일지>)

백범 김구가 서울 서대문형무소 시절을 회상하면서 쓴 대목이다. 그는 일제가 1910년 말 일으킨 안악 사건과 관련해 심한 고문을 받고 이 형무소에 수감됐다. 안악 사건이란 안중근의 사촌동생인 안명근이 황해도 안악을 중심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다가 검거된 사건이다. 서북 지방에서 160여명의 민족운동가가 연행돼 고초를 겪었다. 질풍경초(疾風勁草)는 어렵게 권좌에 오른 중국 후한의 초대 황제 광무제가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의 곁을 지킨 왕패를 지칭해 한 말에서 유래했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질풍경초라는 표현을 썼다. 얼마 전 6자회담의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다.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전략적’이란 현안뿐만 아니라 양쪽 관심사를 폭넓게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반자(파트너) 관계’는 둘 사이에 근본적인 이해의 충돌이 없을 때 쓰인다. 곧 한-중 관계는 친구 쪽으로 조금 진전된 동반자 관계다. 서로 ‘가장 중요한 나라’로 꼽는 중국과 러시아는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이고, 수시로 앙앙불락 하는 중국과 일본은 동반자가 아닌 ‘전략적 호혜 관계’다. 양자 관계의 가장 위에 동맹이 있지만 중국은 ‘동맹이나 블록은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안악 사건으로 갇혀 있던 수십명은 서로 소통하고 의지하며 민족의식을 다졌다. 그 와중에 일제에 빌붙은 밀고자가 생겼다. 누가 억센 풀이 아닌지 드러난 것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 중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최고위급이다. 중국이 언급한 질풍경초가 무슨 의미인지 곧 알게 될 것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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