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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대화 말고 뭐가 있는가 / 박병수

등록 2016-01-24 19:09

다시 ‘중국 역할론’이다. 북핵 실험 때마다 불거진 일이니 새삼스럽진 않다. 그래도 이번에는 대북 제재 동참을 압박하는 강도나 모양새가 예전과 좀 달라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중국 쪽의 협조가 관건”이라고 강조도 했다. 미국도 부산하다. 지난주 토니 블링컨 국무부 부장관에 이어, 이번주엔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이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대북 제재 참여를 요청할 계획이다.

북한의 핵능력은 갈수록 고도화하는데 대화와 협상은 몇년째 막혀 있고 아무리 대북 제재의 칼날을 벼려도 중국이 함께 나서주지 않으면 ‘약발’이 잘 안 먹히는 것 같으니, 달리 선택이 있을까 싶기는 하다. 그렇다고 중국을 닦달하는 게 해법이 될까.

우리 역사에서 한반도 분단이 거론된 건 세 차례 있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와 일본이 대동강 또는 한강을 경계로 조선을 분할하는 협상안이 논의된 바 있다. 또 러시아는 러일전쟁을 2년 앞둔 1903년 일본에 ‘39도선’을 기준으로 세력권을 나누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마침내 1945년 미국과 소련 간에 38선이 그어졌다.

세 차례 분할 시도는 모두 동북아에서 대결·갈등 구도가 형성된 때였다. 주변 강대국들 간 대결 구도가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한반도 허리쯤에서 절충선을 찾은 것이다. 이런 구도가 지금이라고 다를까. 세계적 차원의 탈냉전은 20여년 전에 시작됐지만 동북아의 냉전적 대결 구도는 여전하다. 미-소 냉전 구도가 옅어진 자리에 이젠 미-중 간 힘겨룸이 들어섰다.

과거 임진왜란 때 명나라의 조선 파병은 요동지역의 안전을 위해 조선을 일본에 넘길 수 없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의 6·25 참전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맞서야 하는 중국에 북한은 여전히 완충지대의 전략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 대북 제재 요구는 그런 완충지대를 포기하라는 요구다. 중국에는 국익이 걸린 일이니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설령 중국이 한·미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북 제재에 나선다고 치자. 그럼 북한이 사방에서 조여오는 봉쇄망에 무릎 꿇고 핵을 포기할까. 유엔의 제재는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다. 임갑수·문덕호 공저의 <유엔 안보리 제재의 국제정치학>을 보면, 2007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분석 결과 전체 유엔 제재의 27% 정도가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또 제재가 내부 정치에 영향을 주는 체제, 개방된 나라에서 제재 효과가 크다고 한다. 그러니 대북 제재로 북한이 고통을 겪겠지만, 실제 원하는 성과가 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문제는 대북 압박·봉쇄를 동원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한반도 긴장 고조다. 그렇찮아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3년 동안 군사적 대치가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일촉즉발의 위기도 몇 차례 있지 않았던가. 그런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 전망도 불투명한 강경 대결에 목을 매야 하는가.

박병수 선임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필요한 건 한반도 긴장 완화 노력이 아닐까. 핵은 군사적으로 절대무기라고들 한다. 그러나 군사적 충돌이나 갈등이 없다면 쓸 일도 없다.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의 핵을 우려하지 않고,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핵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남북을 그런 관계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북한은 핵 문제를 북-미 간의 일이며 남북대화의 의제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계의 양과 질이 달라지면 대화도 달라진다. 아무리 어렵고 먼 길이어도 첫걸음은 대화와 교류다. 그것밖에 없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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