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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새누리, 소득공제 부탁해 / 김남일

등록 2016-01-12 18:52

새누리당 취재를 시작한 2013년부터는 해마다 새누리당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낸다. ‘뭐 이런 한겨레 기자가 다 있나’ 하는 사람도 있겠다. 전향했거나 취재원 관리 차원은 아니다. 대단한 단심도 아닌지라 전향이란 말도 우스울뿐더러, 연간 10만원으로 취재원 관리가 된다 치면 지금 당장 김무성 대표나 최경환, 김재원, 윤상현 의원에게도 정치후원금을 낼 용의가 있다. 관리받을 생각 있으면 연락주시길.

어찌됐든 새누리당은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오히려 예외적 상황에 가깝지 않은가. 5년마다 벌어지는 대회전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51%이거나 49%다. ‘박근혜 찍었지? 술 사라.’ 그것도 죄라면, 아는 사람 둘 중 하나는 술값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을 그저 욕하기보다 그 안에서 나름 합리적이고 얘기가 되는 보수를 찾아보기로 했다. 어이없는 이들에게 밀려나지 않고, 계파와 당론 밑에 숨죽여도 때 되면 봄동처럼 파먹을 수 있는 이가, 그 당에서 오래 정치할 수 있으면, 한국 사회도 좋고, 여의도도 매력 있고, 나도 편하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옛날 용어로 ‘개량’쯤 되겠다. 진보진영에서 영향력이 있는 한 인사가 “그래서 누구냐”고 거듭 물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영혼이 맑아 보였다”는 최보살식 답변을 들으면 기함할 것이 분명하니.

결국 정치인을 판단하는 첫번째 기준은 애티튜드와 이미지다. ‘사람 괜찮네’라는 좋은 기분을 따라가면 얼추 그의 이력도, 법안도 괜찮고 막말도 하지 않는다. 이 당에도 여러 명이 있었고 한 명을 택했다. 그 초선 의원이 다음 총선에 배지를 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요즘 휴대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말이 급하고 사납다.

연말정산 소득공제 되는 이 엉뚱한 고백은 다 김무성 대표가 이끌고 나타난 6명의 정치 신인들 때문이다. 새누리당에 이미 차고 넘치는 고만고만한 인물들을 총선용 영입 인물이라며 직접 소개했다. “애국심 높은 젊은 전문가그룹”, “젊은층 지지 미약한 새누리당에 백만 원군”이라고 했다. 주요 이력이 ‘종편 출연’인 이들이 대부분이다. 젊은층을 영입했다더니, 정작 종편 주시청자인 60대 이상에 인기 있는 이들이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가 새누리당의 전매특허일 이유는 없다. 답답한 마음에 “스스로 참신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6명 중 가장 덜 참신한, 당의 가장 오른쪽 전위에서 대북 확성기보다 강력한 성량을 자랑하는 이가 마이크를 잡았다. 자신은 참신하단다. 새누리당 한 의원이 “○○○은 너무 강하다. 꼭 친노의 심한 애들 같다”고 했다. 새누리당스러운 어법이지만 느낌은 확 왔다.

이들은 첫 기자회견부터 “북한 4차 핵실험의 발판을 마련해준 이들이 정치권과 교육·문화계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나라가 나라가 아닌 지경”이라며 색깔론 꿈나무의 면모를 뽐냈다. 4차례 핵실험 가운데 3번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졌다. 이들은 함께 소주를 마시다 총선에 나서기로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19대 국회에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 ‘아침소리’가 있다면, 20대 국회에는 ‘좋은데이’나 ‘처음처럼’이 생길 판이다.

김남일 정치팀 기자
김남일 정치팀 기자
김 대표가 공언한 총선 180석을 어떤 이들로 채울지 궁금해졌다. 김 대표가 업어온 ‘육남매’는 간난신고를 이겨내고 다 함께 둘러앉아 소주를 마실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종편 스타로 돌아갈까. 김 대표는 총선 승리 소감으로 ‘아름다운 밤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웬만하면 올해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내고 소득공제를 받고 싶다.

김남일 정치팀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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