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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게리맨더링 / 박찬수

등록 2015-12-28 18:59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부정 획정하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은 1812년 미국 <보스턴 가제트>의 시사만화가 엘카나 티즈데일이 그린 만평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매사추세츠 주지사인 엘브리지 게리는 자당에 유리하게 주 상원의원 선거구를 획정한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주의 가장자리를 죽 잇는 기묘한 형태의 선거구가 탄생했다. 티즈데일은 새 선거구가 전설 속의 ‘도롱뇽 괴수’ 샐러맨더(Salamander)를 닮은 걸 풍자하는 신문 만평을 그렸다. 주지사 이름(게리)과 괴수의 이름(샐러맨더)을 합성한 ‘게리맨더링’이란 신조어가 여기서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때마다 게리맨더링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가장 유명한 건 15대 총선을 앞두고 엎치락뒤치락했던 충북 보은·옥천·영동 선거구 획정이었다. 여야는 1995년 8월 단일 선거구였던 ‘보은·옥천·영동’을 ‘옥천’과 ‘보은·영동’으로 분리했다. 보은과 영동은 인접한 군이 아닌데도 한 선거구로 묶였다. 게리맨더링이다. 두달 뒤 정부 여당은 여야 합의를 깨고, 이번엔 보은·옥천을 묶고 영동을 분리한 새 선거구 안을 들고나왔다. 옥천 출신인 박준병 의원이 여당을 탈당해 야당으로 이적한 데 대한 정치적 보복 성격이 짙었다. 역시 게리맨더링이다.

1963년 금산을 전북에서 빼내 충남에 편입시킨 것도 게리맨더링으로 꼽힌다. 육사 8기로 5·16 쿠데타 핵심인 길재호(평북 출신)는 민정 이양 뒤 길씨 집성촌이 있는 금산에 출마하면서, 금산의 행정구역을 전북에서 충남으로 아예 바꿔버렸다.

최근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이 난항을 겪자 정치권은 기존 행정구역(시·군·구)을 분할해서 선거구를 떼고 붙이려 하고 있다. 동일한 주민 생활권을 정치적 이해에 따라 교묘하게 나누는 게 바로 게리맨더링이다. 이 단어가 금세 옥스퍼드 영어사전에까지 오른 건 전세계 정치인들의 속셈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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