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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시리아 혁명의 수도 / 황상철

등록 2015-12-15 23:23

로마 제국 최초의 동방(아시아) 출신 황제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재위 218~222년)다. <명상록>을 쓴 철인 황제와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사람이다. ‘엘라가발루스’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데, 엘라가발루스는 시리아의 에메사(Emesa)에서 숭배된 태양신이었다. 황제는 이 신을 섬긴 에메사의 사제였다. 운 좋게 황제가 된 그는 로마 궁정에서 온갖 기괴하고 추잡하고 음란한 짓을 하다 근위대에게 살해당했다. 그래도 에메사가 이름을 널리 알린 건 그의 덕이다. 로마 제국 땐 지중해에서 인도와 중국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아랍 주민들은 당시에도 에메사를 홈스(Homs)라고 줄여서 불렀다.

2011년 봄, 홈스에서도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다른 곳과는 달리 정부군의 무력 진압에도 시민들의 저항은 꺾이지 않았다. 정부군은 탱크를 들여보내 무자비한 진압에 나섰고, 시민들도 총을 들었다. 정부군과 시가전을 벌이며 도시의 상당 지역을 반정부군이 장악했다. 그때부터 홈스는 “혁명의 수도”로 불렸다.

아사드 정부군은 반정부군이 장악한 지역을 탈환하려는 무차별 폭격과 포격을 퍼부어, 도시의 남서부는 폐허가 됐다. 2011년 5월부터 3년 가까이 홈스는 포위됐다. 보급로가 끊긴 반정부군과 시민들은 극심한 의약품과 식량 부족에 시달렸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상영된 다큐멘터리 <홈스는 불타고 있다>(Return to Homs)는 당시 내전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다큐는 시리아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인 바셋이 총을 들고 홈스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9일 반정부군이 홈스 서부 와이르 지역에서도 철수했다. 유엔의 중재로 정부군과 정전협정을 맺고 마지막 남았던 반정부군이 홈스에서 모두 떠난 것이다. 혁명의 수도가 정부군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황상철 국제뉴스팀장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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