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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88세대 / 황상철

등록 2015-11-22 18:44

1988년 대학 신입생들은 선배들한테서 “꿈나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단군 이래 최대 행사’인 서울올림픽이 열렸다. “올림픽 꿈나무”였다.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대통령 직접선거로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새 시대 꿈나무”였다. 꿈만 먹고 자란 건 아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의 수괴 중 한 명이었다.

당시 버마의 대학생들은 군사독재에 맞서 반정부 민주화 투쟁을 벌였다. 3월부터 시작된 시위가 이어지면서 1962년 쿠데타로 집권했던 독재자 네 윈(1910~2002)이 7월 사임했다. 그는 퇴임 연설에서 “군대가 총을 쏠 때는 죽이기 위해서 쏜다”고 했다. 1988년 8월8일 전국적인 민주화 시위가 조직됐다. 대학생과 승려, 공무원, 교사, 의사, 주부 등 수만명의 시위대는 거리를 점령하고 다당제 도입 등 민주화 조처를 요구했다. 시위는 연일 들불처럼 번졌고 규모도 커졌다.

처음엔 무력 진압을 하지 않던 군부가 시민들의 가슴에 총구를 겨눴다. 그럼에도 시위는 이어졌고 유혈참극이 벌어졌다. 9월18일 군사쿠데타로 민주화 시위는 막을 내렸다. 시위 과정에서 3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대학생이었다. ‘랑군의 봄’은 그렇게 꺾였다. 이듬해 군부는 나라 이름을 ‘미얀마’로, 수도 랑군의 이름은 ‘양곤’으로 고쳤다. 많은 대학생들이 정글로 들어가 총을 잡았고, 일부는 외국으로 몸을 피했다. 버마인들은 1988년의 민주화 투쟁을 ‘8888’로 기억하고, 시위를 주도했던 대학생들을 ‘88세대’라고 부른다.

8일 치러진 버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을 거뒀다. 지켜봐야겠지만, 군부도 평화적 정권 이양을 약속했다. 한국의 88세대가 민주주의와 역사의 퇴행을 걱정하는 이때, 버마의 88세대는 민주화의 꿈에 부풀어 있다.

황상철 국제뉴스팀장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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