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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캐나다 엔지니어의 강철반지 / 구본권

등록 2015-11-15 18:51

미국의 비정부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재단 펠로인 데이비드 아워백은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는데,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특정한 결정이 왜 이뤄지는가보다는 알고리즘이 돈을 버는가가 중요하다”고 <슬레이트>에서 술회했다. 최근 폴크스바겐의 배기 시스템 조작 사기에서도 알고리즘이 동원됐다. 소프트웨어가 모든 걸 먹어치우는 세상에서 알고리즘의 사회적 영향은 커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블랙박스에 담겨 있어 그 구조와 작동방식이 드러나지 않는다.

조지아공대 이언 보고스트 교수는 소프트웨어가 토목이나 도시설계, 건축처럼 사회기반시설과 유사한 공공성을 지닌 영역이 되고 있지만 직업윤리적 접근은 박약한 상태라고 말한다. 공공시설이나 사회간접자본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은 자격증과 인허가를 필요로 한다. 무자격자가 함부로 시공하다가 잘못될 경우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설계, 시공, 준공 단계에서 감리와 인가를 받아야 한다.

사람들이 실제 이용하기 전 단계에서 안전점검과 평가가 이뤄지는 공공시설과 달리 소프트웨어는 미완성인 채로 출시되는 특성이 있다. 출시 이후 업그레이드와 패치를 통해서 수시로 수정·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움직여 혁신을 꾀하라”는 페이스북의 모토처럼, 정보기술 기업들은 속도를 중시한다.

캐나다 엔지니어들은 왼손 새끼손가락에 강철반지를 끼고 다닌다. 공대를 졸업할 때 ‘엔지니어의 소명식’을 치르고 선배들이 반지를 끼워주는 의식을 치른다. 1907년 퀘벡교 건설 도중 붕괴사고로 노동자 75명이 숨진 것을 계기로, 엔지니어들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각성하는 의례를 만든 것이다. 디지털 세상의 공용어인 프로그래밍언어를 교육하는 것 못지않게 소프트웨어의 힘과 영향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윤리적 성찰을 함께 마련해야 할 때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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