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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세이프 하버 협정 / 구본권

등록 2015-10-20 18:38

유럽인들은 미국인들이 월급을 화제로 이야기하거나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이 주요 뉴스로 보도되는 것을 납득하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유럽 공원에서 여성들이 가슴을 드러내고 일광욕하는 것에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프라이버시 노출이라며 놀란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개념과 법률이 다른 것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한다.

제임스 휘트먼 예일대 법대 교수는 사람은 그가 속한 사회의 지배적인 법적·사회적 가치에 의해 형성된 ‘제도화된 직관’을 갖기 때문에 다른 사회 구성원과 직관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프라이버시에서 유럽인은 존엄을, 미국인은 자유를 지향하는 문화다. 이처럼 서로 다른 프라이버시 감정과 법률을 지닌 미국과 유럽에서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동일한 조건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게 개인정보 공유에 관한 ‘세이프 하버’(Safe Habour) 협정이다.

유럽연합은 자국민 데이터의 유럽 외부 반출을 금하고 있지만, 2000년 세이프 하버 협정을 통해 미국에 특별한 혜택을 부여해왔다. 하지만 지난 6일 유럽사법재판소는 세이프 하버를 전면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 국가안보국이 구글 등의 서버에 비밀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용자들을 감시해온 사실이 확인된 데 따른 결과다.

디지털 경제에서 개인정보 국외 이전 문제는 해당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구글·페이스북·애플 등은 긴급히 유럽 현지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최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법무부가 범죄 용의자들의 개인정보 수집을 위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배경에는 기업이 자국 정부의 요청에 개인정보를 건네주다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가 무너져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는 현실적 판단이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창업 활성화 등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정부가 주목해야 할 판결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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