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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증오범죄 / 박찬수

등록 2015-10-18 18:59

‘증오범죄’(hate crime)란 편견에 의해 특정 집단에 폭력을 가하는 범죄행위를 뜻한다. 미국에서 하얀 옷에 복면을 쓰고 흑인들을 납치해 사적 폭력을 가한 ‘큐 클럭스 클랜’(KKK)의 행동이 대표적인 증오범죄로 꼽힌다. 역사적으로는 제정 로마 시대의 기독교도 학살이나 2차 대전 당시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증오범죄 범주에 넣는 학자들도 있다.

어쨌든 현대적 의미의 증오범죄 규제는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암살 이후 제정된 인권법안에 ‘인종, 피부색깔, 종교, 출신국가를 이유로 협박하거나 폭력을 가하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규정함으로써 법제화했다. 그 뒤 성적 소수자와 장애인, 외모에 대한 차별이 증오범죄에 포함됐고 그 범주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증오범죄가 무서운 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심리적으로 넓고 깊은 상흔을 남긴다는 데 있다. 증오범죄의 사회심리적 파장은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증오범죄의 대상이 된 집단, 그 사회의 다른 소수 집단들, 그리고 사회 전체에까지 미친다. 가령 어느 사회의 동성애자가 증오범죄 표적이 되면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동성애자 모두가 두려움에 떨게 되고, 외국인 이민자 그룹도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사회 전체적으로 동성애자 문제가 이슈화하며 갈등이 격화한다는 것이다.

경기 용인의 아파트단지에서 고양이집을 설치하던 여성이 옥상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진 사건은 초등학생들의 잘못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오범죄가 아닌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이미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사람들에 대한 찬반양론이 불붙었다. 전형적인 증오범죄의 심리적 파급현상과 유사한 모습이다. 과도한 논란은 또다른 증오범죄를 불러올 수 있다. 이번 기회에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과 중성화 사업 등의 정책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 동물복지도 이젠 피할 수 없는 사안이 됐다.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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