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누군가를 공격하고 매스미디어가 뉴스를 전하고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뉴스를 퍼나르는 과정에서 원래의 사건이 각색되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경우가 있다. 진실이 모호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진실이나 사실로 둔갑하는 경우도 잦다. 그것을 언어 연구자들은 도시 괴담(urban myth)이라고 부른다.
영국에서는 1980년대에 ‘빨갱이 켄 리빙스턴’이란 별명으로 불린 노동당 정치가 케네스 로버트 리빙스턴이 도시 괴담의 희생자가 되었다. 그는 1987년부터 4년간 하원의원으로, 2000년부터 8년간은 런던의 시장으로 일했다. 괴담은 다음과 같았다.
“빨갱이 켄 리빙스턴이 대런던지역의회 건물의 카페테리아에서 ‘블랙커피’란 단어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는 ‘블랙’이란 말은 흑인을 가리키는 인종차별적인 단어이니, 블랙커피란 말 대신에 ‘우유 없는 커피’란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켄 리빙스턴의 영향권 아래 있는 해크니 지역의회의 여성위원회는 맨홀이란 단어 사용을 금지시켰다. 맨홀에는 남성을 가리키는 ‘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이런 괴담을 심층 취재하여 사실무근임을 기사로 썼다. 그러나 괴담은 그가 현역으로 활동하던 내내 떠돌아 평판을 나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가족부와 관련된 도시 괴담이 돌았다. 2011년에 음반 심의와 관련해 여성가족부가 비판을 받았는데 이 무렵 “여성부가 여성 성기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조리퐁이란 과자를 없애려 한다”는 괴담이 널리 퍼졌다. 진보 성향 정치인이나 여성 등이 도시 괴담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잦은 셈이다.
최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가릴 것 없이 제멋대로 “공산주의자” “친북행위자”라고 찍어 막말을 하고 있다. 근거와 관계없이 무조건 떠들고 나면 인터넷에서 알아서 퍼나르면서 파장을 증폭시킬 수 있음을 노린 것 아닐까. 문화방송의 감독기구 수장이란 사람이 이러고 있으니 딱하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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