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신교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광복절에 이승만에게 ‘제1회 대한민국 건국 공로대상’을 수여했다. 이승만과 박정희에게 역사의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현 정권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보수 개신교 목사들이 시동을 걸었다. 왜 보수 개신교가 총대를 멜까.
강인철 한신대 교수의 <종속과 자율-대한민국의 형성과 종교정치>를 보자. 해방 직후 미군정은 신사와 천리교 등 ‘일제의 종교 부동산과 재산’(적산)을 대부분 개신교에 몰아줬다. 영락교회, 경동교회, 성남교회 등 대형 교회들과 주요 신학대들 대부분이 적산의 특혜 배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승만은 군대와 감옥에서 선교할 수 있는 특권을 개신교에 몰아주고, 선교자금 환율 특혜에 방송 선교권까지 줬다. 당시 인구의 1%인 개신교는 국교처럼 군림했다. 반면 불교와 유교에 대해선 일제 때의 규제를 존속시켜 날개를 꺾고, 내분을 조장했다. 그러니 그 시절의 향수에 젖은 목사들은 이승만 치세가 못내 그리운 것이다.
그러나 이승만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해체하고 김창룡 같은 일제의 하수인들이 해방조국에서 이리처럼 활개치도록 해준 인물이다. 군경과 깡패를 동원한 부산 정치 파동과 발췌개헌, 사사오입개헌, 3·15 부정선거 등으로 ‘권력이 곧 정의’인 무법천지의 나라를 연 장본인이다.
그뿐인가. 그는 너무도 많은 사람을 공산당으로 몰아 죽였다. 일본군 출신 영남지구 계엄사령관 원용덕 등 개신교인들, 영락교회에서 출범한 서북청년단, 친일파, 정치깡패들이 앞장선 학살극은 사상검사 오재도조차 “불행한 일”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최근 대법원이 포항에서 벌어진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유족 143명의 한을 풀어준 판결도 이를 보여준다. 또 이승만이 총살시킨 최능진이 64년 만에 정치적으로 이승만에 의해 타살됐음을 인정한 이번 판결도 마찬가지다. 최능진은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부친이다. 이승만에 의한 재앙의 실상은 지금도 밝혀지고 있다.
이승만은 그 통곡의 바벨탑 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신의 동상을 남산에 세웠다. 4·19 혁명으로 그 동상이 철거될 때 <동아일보>는 “독재와 부패와 아부에 둘러싸였던 그의 별신도 이제 마지막 운명을 재촉”이라고 썼다. 그런데 이승만이 설립한 인하대에선 이승만 동상을 다시 세운다는 얘기가 나온다.
독재자와 유착한 호시절을 되살리는 게 개신교에겐 은총이 될까. 우리 역사를 보라. 외국에선 보기 드문 현상이 있다. 기독교의 유럽, 불교의 동남아시아, 무슬림의 중동과 달리 지배 종교가 권력화의 정점에서 하야하는 현상이다. 신라·고려 800년 불교와 조선 500년 유교는 국교였음에도 그랬다. 그런데 보수 개신교는 미군정과 이승만 등장 이후 불과 70년 만에, 탐욕을 좇다 민심이 떠나 개혁 대상으로 전락한 전례를 자초하고 있다. 권력의 불나방 같은 목사들일수록 부패와 부도덕으로 교회 전체의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쯤은 이제 개신교인들도 알 만큼 안다.
그러니 개신교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꾀한다면 우상이 아닌 참그리스도인을 내세울 일이다. 신앙의 실천자 유일한 같은 분 말이다. 9살에 미국에 가 고학을 하면서도 방학 때면 독립군을 양성하는 헤이스팅스 소년병학교에서 훈련했던 그는 해방 직전 미국 육군전략처(OSS)의 한국 담당 고문이었기에 미국에서부터 이승만의 정치적 술수와 독단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그가 이승만과 유착했다면 땅 짚고 헤엄치기로 대재벌이 됐겠지만, 그는 이승만의 상공부 장관 입각 제의도 거부하고 멀리해 세무사찰 등 고난을 당했다. 그리스도 신앙으로 일관한 그가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유한양행 창립자 유일한이다.
또 이승만과는 너무 다른 또 한 분이 손양원 목사다. 그는 여순반란사건 때 공산주의자에게 두 아들을 잃었으나 살인범을 사형 직전에 구명해 양아들로 삼아 돌본 ‘작은 예수’였다. 그리스도인들뿐 아니라 민족과 세상의 사표들이다. 영웅은 과거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이끈다. 민족뿐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멘토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조현 종교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cho@hani.co.kr
조현 종교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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