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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부정 투구 / 김양희

등록 2015-08-18 18:33

프로야구에서 금지된 투수의 행위는 이렇다. ①이물질을 공에 바르는 행위 ②공이나 손 또는 글러브에 침을 묻히는 행위 ③글러브나 몸 또는 옷으로 공을 문지르는 행위 ④사포 등으로 공을 마모시키는 행위 등이다. 침, 땀, 바셀린 등 미끄러운 물질을 공에 바르면 회전이 걸리지 않아 떨어지는 각도가 커지며, 공을 마모시키면 공의 궤적이 달라진다. 승리에 목마른 투수들에게 부정 투구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메이저리그 23시즌 동안 324승을 올린 우완 투수 돈 서턴은 엘에이 다저스 시절 글러브에 숨겨뒀던 면도날로 공을 긋고는 했다. 다른 팀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동료 유격수가 대신 면도날을 가지고 있다가 서턴에게 공을 건네주기 직전 공을 변형시키기도 했다. 양키스의 포수 요기 베라는 팀 동료인 좌완 투수 화이티 포드(통산 236승)를 위해 공을 바닥에 갈거나 포수 장비의 딱딱한 표면에 쳐서 공을 닳게 한 뒤 포드에게 던져줬다. 메이저리그 최초로 양대 리그에서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게일로드 페리(통산 314승)는 공에 침을 바르거나 소매 등에 숨긴 바셀린을 발라 던졌다. 그는 은퇴 뒤 바셀린 광고까지 찍었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승 기록(210승)을 보유중인 송진우 <케이비에스엔> 야구해설위원은 올 시즌 초 경기 해설 도중 “바셀린을 바르고 투구했다”고 깜짝 고백하기도 했다.

서턴과 포드, 그리고 페리가 부정 투구로 올린 승이 몇 승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이들은 모두 통산 성적의 위대함을 앞세워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당당히 올라 있다. 이런 탓에 <뉴욕 타임스>의 빌 페닝턴 기자가 2013년 1월 기사에서 “명예의 전당은 항상 악명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왔다”며 씁쓸함을 곱씹었다.

‘명예’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다. 그러나 모든 명예가 명예로운 것은 아니다. 괜히 야구를 인생, 혹은 현실과 닮았다고 하겠는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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