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까지 영국 도로의 주인공은 마차였다. 마부가 휘두르는 채찍은 길 오른쪽의 보행자에게 위협적이었다. 그 위험성을 줄이려고 마차의 좌측통행이 정착됐다. 마부가 왼손잡이라면 보행자의 위험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이런 관행은 자동차 시대에도 이어져, 지금도 영연방 나라들과 일본은 차량의 좌측통행을 실시한다. 자동차에는 초기부터 운전자 오른쪽에 수동 변속기 등이 설치됐다. 이를 잘 다루려면 운전석은 차량 왼쪽에 있어야 하고, 차량은 우측통행을 해야 자연스럽다. 지구촌에서 차량 우측통행이 다수인 까닭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철도는 도입 당시 일본 영향을 받아 좌측통행을 한다. 지하철은 우측통행이지만 철도와 연결된 노선은 좌측통행이다.
사람은 인도가 따로 없는 도로에선 차량과 반대 방향으로 걷는 것이 좋다. 다가오는 차량을 보고 있어야 미리 대비할 수 있고 비상시에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곧 대면통행이 큰 원칙이다. ‘차량 우측통행, 사람 좌측통행’은 인도가 있는 경우 달라진다. 인도가 도로 좌우 어디에 있든 그 안에서는 오른쪽으로 걸어야 차량과 대면통행을 하게 된다. 우측통행은 위험한 일이 자신의 왼쪽보다는 오른쪽에서 일어날 때 더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교통 상황이 달라지더라도 대면통행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이 원칙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주범은 휴대전화다. 길을 가면서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사람은 애초 젊은 여성이 많았다. 지금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앞을 잘 보지 않고 가니 속도가 떨어지고 수시로 부딪친다. 필자처럼 양쪽에 지팡이를 짚는 사람은 대개 바닥을 보고 걷는다. 서울 시내 인도에는 그만큼 크고 작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제 바닥보다 앞에서 오는 사람이 더 두렵다. 휴대전화를 쓰는 보행자는 당연히 교통사고에도 더 많이 노출된다. 정부는 몇 해 전부터 우측통행 캠페인을 펴고 있다. 이제 ‘앞을 보고 가자’라는 캠페인을 일상화해야 할 판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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