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들은 아부의 기술도 특별했던 것 같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내 결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연설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인의 지혜를 믿었을 때 저는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미 카터는 “우리 행정부가 미국의 시민만큼 훌륭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했다. 봉사해야 할 국민을 높이고 자신을 낮췄으니 국민들이 기분 좋고 자신의 값어치도 떨어질 게 없는 아부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편집장을 지낸 리처드 스텡걸은 <아부의 기술>이란 책에서 “사람한테는 아부의 디엔에이가 있고 아부의 기술은 진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부의 정석’으로 “그럴듯하게 하라” “없는 곳에서 칭찬하라” “누구나 아는 사실은 칭찬하지 말라” “칭찬과 동시에 부탁하지 말라” “여러 사람에게 같은 칭찬을 되풀이하지 말라” “의견을 따르되 모든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지 말라” 등을 제시했다. 아부를 이처럼 세련되게 한다면 아부하는 사람의 품격이 함께 올라갈 것 같다.
역겨운 아부도 있다. “결승 지점에서 장군님이 어서 오라 불러주는 모습이 떠올라 끝까지 힘을 냈다.” 1999년 스페인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한 북한 정성옥 선수의 소감이었다. 그 덕분인지 정성옥은 스포츠 선수 최초로 ‘공화국 영웅’이 되어 상당한 보상을 받았다고 한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만났다. 원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코피를 흘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원내대표로 선출된 다음에 “찰떡을 사서 (당내에) 돌렸다. 당-청 간 찰떡화합을 해서…”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어떻게 말씀을 그렇게 잘하십니까”라며 웃음지었다. 대통령한테 ‘숙청’당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한테서 자리를 물려받자마자 대통령 면전에서 ‘코피’와 ‘찰떡’으로 비위를 맞추는 것은 어떤 부류에 속할까.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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