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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엘리엇 펀드 / 김회승

등록 2015-07-05 18:56수정 2015-07-07 11:38

전세계 헤지펀드는 1만1천여개, 운용자산은 3천조원으로 추산된다. 투자금보다 많은 돈을 차입하는 게 관행이어서, 실제 굴리는 돈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헤지펀드는 말 그대로 투자 위험을 철저히 회피(hedge·헤지)하는 ‘무위험 거래’가 그 출발점이다. 1949년 미국의 윈즐로 존스가 ‘시장 상황이 좋든 나쁘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을 고안해 최초의 헤지펀드를 만들었다. 차입으로 덩치를 키운 뒤(레버리지) 저평가 자산을 사고 고평가 자산을 (공)매도하는(롱숏) 게 뼈대다.

헤지펀드의 투자 대상과 방식은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기업의 인수·합병·파산 등에서 기회를 찾는 ‘사건 중심’(event-driven) 투자 유형이 늘고 있다. 기업가치의 변화가 예상되는 ‘사건’을 전후해 해당 주식의 등락에 베팅하는 것이다. 이른바 ‘활동주의(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투자 방식이다. 이런 투자 유형은 대체투자 중에 리스크가 큰 편이다. 기업의 공개된 재무적·사업적 실적 이외의 비대칭적인 정보에 최대한 접근해 이를 분석·예측할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회사 가치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명분으로 지분을 확보하고 주주들을 규합한다. 이어 경영진과 이사회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져온 경영 행위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 이사회 진출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경영진을 압박한다.

활동주의 헤지펀드의 증가는 주주권 강화 흐름과 맥이 닿아 있다. 미국에선 2001년 엔론 사태 이후 ‘무능한 주주가 부정직한 경영자보다 낫다’는 여론 속에 주주의 경영참여가 대폭 강화됐다. 최근 삼성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엘리엇은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 중 하나다. 경영권 방어 장치가 미흡해 투기 자본에 농락당한다는 말들이 나오는데, 소수 지분으로 경영권을 독점하고 이사회는 거수기 노릇을 하는 후진적 지배구조가 하나도 변하지 않은 현실부터 되돌아볼 일이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동향분석센터장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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