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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직구와 속구 / 김양희

등록 2015-06-30 18:58

야구에서 패스트볼은 가장 흔하면서도 제구가 쉬운 구질로 평가된다. 공을 쥐거나 던지는 방식이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투수들이 경기 때 던지는 공 절반 이상이 패스트볼이다.

패스트볼은 빠르게 거의 직선으로 날아간다고 해서 ‘곧을 직(直)’, ‘공 구(球)’ 한자를 사용해 ‘직구’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비교적 똑바른 궤적으로 날아가는 포심패스트볼을 제외하고 곧게 날아가는 패스트볼은 없다. 홈플레이트 옆쪽으로 휘거나 뚝 떨어지거나 혹은 솟구쳐 오르기도 한다. 포심패스트볼조차 직선으로 날아간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야구공 표면의 108개의 실밥과 공기의 저항으로 직선의 궤적이 나오기는 어렵다.

직구는 사실 일본식 야구 용어다. 일본 프로야구 중계 때도 시속 150㎞ 안팎의 빠른 공은 ‘스트레이트’(ストレ-ト)로 표현한다. 미국 야구의 포심패스트볼이 일본, 그리고 일본 야구의 영향을 받은 한국 야구에서 스트레이트볼(straight ball)로 둔갑한 셈이다. 하지만 ‘빠른’(fast)과 ‘곧은’(straight)은 엄연히 뜻이 다르다. 일부 국내 야구 해설가들이 직구 대신 속구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다.

현대 야구가 시작된 미국에서 ‘스트레이트볼’이라는 표현을 안 쓰는 것은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해설위원은 “미국 야구에서는 투수들을 부정적으로 표현할 때 ‘스트레이트볼’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공 끝의 움직임이 없이 밋밋하게 날아가는 공은 타자들이 치기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랑데부 홈런’이 ‘백투백 홈런’이나 ‘연속타자 홈런’으로, ‘데드볼’(死球)이 ‘히트바이피치볼’이나 ‘몸에 맞는 공’으로 바뀌는 등 일본식 야구 용어를 걸러내기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져 왔다. 하지만 직구와 마찬가지로 ‘포볼’, ‘라이너’,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사이클링 히트’처럼 습관적으로 통용되는 일본식 야구 용어는 아직도 많다. 광복 70년, 야구 용어도 이제 광복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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