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로봇 강국일까?
6월5일 미국 캘리포니아 퍼모나에서 열린 재난로봇 경연대회 결선에서 한국 카이스트팀의 인간형 로봇 ‘휴보2’가 미국, 일본, 유럽 등 로봇 강국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최한 이 대회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사람이 진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로봇을 활용하려는 목적에서 창설됐다. 200만달러(약 22억원)의 우승상금도 두둑하지만, 각광받는 미래산업 분야에서 한국 로봇기술 수준을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국내 과학기술계의 경사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첫 개발된 휴보는 이번 대회 출전 6개 팀이 본체로 사용할 정도로, 신뢰 높은 로봇이 됐다.
한동안 국내 로봇 연구자들은 곱지 않은 눈길을 받았다. ‘로봇물고기’ 탓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국민과의 대화에서 4대강 수질오염 문제를 로봇물고기로 예방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2014년 7월 감사원은 57억원이 투입된 로봇물고기 사업이 ‘실험결과 조작’ ‘연구개발비 부당집행’ 등 총체적 부실이라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 검증실험 당시 제작된 로봇물고기 9기 중 7기는 작동불능 상태였다. “크기를 줄이고, 여러 마리가 기능을 나눠 편대유영하게 하라”며 깨알 지시를 내릴 정도로 대통령의 관심은 각별했고, 국가적 자원이 투입됐다. 로봇물고기 개발이 대국민 사기극으로 결론나며 참여한 로봇과학자들은 오명과 비난을 뒤집어썼다.
국내 로봇과학자들이 양극단의 경험을 하게 된 이유는 연구개발 요구의 주체가 누구냐, 어떤 목적을 지녔느냐에서 드러난다. 인도적 목적을 내걸고 투명하게 진행된 연구개발 사업과 대통령의 정치적 야욕을 뒷받침하기 위한 과학기술자 동원 사업의 차이다.
과학기술인 등 전문가 집단에서 양심과 전문성에 바탕한 목소리가 대세로 형성되지 못하고 정치권력의 부당한 요구와 지시에 휘둘릴 때 로봇물고기와 같은 비극이 일어난다는 점을 과학자와 정부 모두 알아야 할 것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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