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duty-free shop)의 기원은 중세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나라 항구를 뱃길로 드나드는 무역상이 음식물과 술·담배를 구입할 때 해당국 세금을 면해주던 데서 출발했다.
최초의 공항면세점은 1945년 문을 연 아일랜드 섀넌 공항이다. 이곳은 수도인 더블린에서 400㎞ 떨어진 변방이지만, 미국에서 대서양을 횡단해서 만나는 가장 가까운 유럽이다. 북미-유럽 직항 기술이 부족해 중간 기착지가 필요했던 시기다. 당시 케이터링 책임자인 브렌던 오리건은 공항 수익사업으로 ‘비과세 상점’을 제안했다. 공항 이용객은 출국 심사를 받고 나면 어떤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공해상에 머무는 셈이니 해당국의 법규(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1947년 아일랜드 정부는 최초의 면세법을 만들어 공항 면세점을 허용했다. 처음에는 소소한 기념품 등을 판매하다 점차 면세 효과가 큰 술·담배, 향수와 보석 등으로 확대됐다.
면세사업을 대규모 유통업으로 발전시킨 나라는 프랑스다.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보전할 목적으로 1959년 공항 이외의 상점에서도 외국인에게 내국세를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시내 면세점의 출발이다. 우리나라 면세점은 1964년 한국관광공사가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문을 연 한남체인이 효시 격이다. 이후 1967년 김포공항에 첫 공항 면세점이 개설됐고, 1979년 시내 면세점이 들어섰다.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0년 4.5조원에서 올해는 9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 이후 급속히 대기업 독과점 시장으로 변했다. 업계 1·2위인 롯데·신라 두 기업의 점유율은 2007년 57%에서 2014년 83%로 급등했다. 두 면세점은 지난해 6조6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최근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권 경쟁에 또 뛰어들었다. 면세점은 국가가 징세권을 포기하는 특혜 사업이다. 대기업 마진으로 흘러간 세금은 어디에서 벌충해야 할까?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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