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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방송계는 인종 차별을 조장하거나 특정 집단을 악의적으로 헐뜯는 ‘혐오 표현’(hate speech)을 적극적으로 규제한다. 엄청난 참화와 인간성 파괴를 불러온 파시즘의 기억이 한몫했다고 한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은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하거나 축소하는 표현도 금지한다.
2007년 9월 독일 공영 <아에르데> 방송의 간판 뉴스쇼 ‘타게스샤우’의 여성 앵커 에바 헤르만이 방송에서 “나치 정권 아래서 끔찍한 시절을 보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그 시절에는 아이, 가정, 그리고 함께함이라는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독일 사회는 나치를 찬양한 대목을 강하게 비판했다. 헤르만의 토크쇼에 나올 예정이던 인사들은 출연을 속속 취소했고, 방송사는 헤르만을 해고했다.
독일은 ‘인간 존엄성 보호 및 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을 방송 심의 기준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이 법은 첫째, 자유민주주의와 민족 화해, 둘째, (나치 정권이 저지른 것같이) 공공의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 셋째, 국민의 일부 및 특정 집단을 악의적으로 헐뜯거나 비방, 명예훼손하는 행위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충남대 김재영·이승선 교수가 최근 몇 해치 방송 심의실태를 분석한 결과, 종합편성채널에 막말이 난무하는데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봐주기 심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브이조선>의 ‘이봉규의 정치옥타곤’(2013년 12월 방송)은 출연자가 “김정은이 마음 내키는 대로 여자를 찍으면 데려다가 신체검사 하면서 처녀막 검사하고”라고 했으나, ‘주의’에 그쳤다. <엠비엔> ‘뉴스공감’(2013년 11월 방송)은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천주교 어떤 신부의 발언을 비난하면서 “부엉이 바위에서 참회하고 승천했으면 좋겠다”는 출연자 발언을 내보냈으나, 경징계인 ‘권고’ 처분에 머물렀다. ‘혐오 표현’이 민주적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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