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역설계

등록 2015-05-19 19:12

2011년 12월1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외교적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이란 영공을 침범해 비밀 정찰활동을 벌이다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미 중앙정보국의 스텔스 무인정찰기(드론·RQ-170 센티널)를 돌려달라고 구차한 요청을 한 것이다. 미군이 한동안 존재조차 부인해오던 첨단 스텔스 드론이 이란의 손에 넘어가자, 미국에선 “미국 역사상 최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이라며 원격 폭파시키지 못한 데 대한 자탄과 질책이 쏟아졌다.

이란은 드론의 통신체계를 교란해 자국 공항에 착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노획한 첨단무기를 과시하며 “이란 기술자들이 역설계(리버스 엔지니어링)를 통해 뛰어난 드론을 대량생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2014년 11월 이란은 나포한 것과 같은 형태의 드론을 제작해 성공적으로 비행하는 2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드론 포획과 역설계에 필요한 정보의 원천은 인터넷인 것으로 보도됐다.

역설계는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기술 습득을 할 수 있는 보편적 경로다. 제품을 분해·측정·실험하는 과정을 통해 설계도를 복원하고 시험제작하며 완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 분야도 실행 결과를 기반으로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분석해내는 역설계 방법을 쓴다. 선발업체는 역설계가 불가능하도록 소재와 알고리즘을 블랙박스화하는 제조법으로 진입 장벽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한 제품과 성능의 복제 또한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제조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고철 매입도 종종 효율적인 무기제조기술 취득 경로로 활용된다. 옛 소련의 키예프급 항공모함들은 퇴역 뒤 중국·한국 등에 고철로 매각되었는데 구입 국가들의 역설계를 통한 항모 건조기술 습득 의도가 매입 배경으로 거론됐다. 정부 당국자는 9일 수중발사 미사일 실험을 한 신형 북한 잠수함도 옛 소련의 골프급 잠수함을 구입해 역설계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시민의 승리, 민주주의는 살아있다 1.

[사설] 시민의 승리, 민주주의는 살아있다

광기에 빠진 역사 속 폭군이 이러했으리라 [박현 칼럼] 2.

광기에 빠진 역사 속 폭군이 이러했으리라 [박현 칼럼]

오늘 윤석열 탄핵안 가결된다 [12월14일 뉴스뷰리핑] 3.

오늘 윤석열 탄핵안 가결된다 [12월14일 뉴스뷰리핑]

국힘 ‘2~3월 퇴진론’…기다렸다간 구속된 대통령 볼 수도 4.

국힘 ‘2~3월 퇴진론’…기다렸다간 구속된 대통령 볼 수도

연말 특집 ‘비상계엄’ 봉숭아학당 5.

연말 특집 ‘비상계엄’ 봉숭아학당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