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의 핵협상 과정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용어 가운데 하나가 ‘브레이크아웃 타임’(Breakout Time)이었다.
‘브레이크아웃 타임’은 특정 국가가 핵무기 제조를 결심한 시점부터 ‘무기급 핵물질’을 확보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핵물질’이란 핵분열을 잘 일으키는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 239를 지칭한다. 1개의 핵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무기급 핵물질’이 되려면, 90% 이상 고농축된 우라늄 235는 25㎏, 93% 이상 고농축된 플루토늄 239는 8㎏ 정도가 각각 있어야 한다.
브레이크아웃 타임은 핵무기 자체를 개발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핵물질을 확보했어도 핵무기를 제조하려면 뇌관 역할을 하는 기폭장치도 있어야 하고, 핵실험도 몇 차례 해야 한다.
핵물질을 확보하려면 천연우라늄에 0.71~0.72% 정도만 포함돼 있는 우라늄 235를 추출해야 한다. 천연우라늄은 안정적인 우라늄 238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두 물질을 분리하는 데 사용하는 장치가 원심분리기다. 천연우라늄을 기체 상태로 만들어 원심분리기에 넣어 돌리면 상대적으로 무거운 우라늄 238은 바깥쪽으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우라늄 235는 안쪽으로 몰린다. 이 과정을 연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우라늄 235의 순도를 높인다.
원심분리기가 많을수록 브레이크아웃 타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또한 원심분리기가 최신형일수록 농축 과정도 짧아진다. 마지막으로, 원자력발전 용도의 일반 경수로에는 3.5~5%까지 저농축된 우라늄 235을 사용한다. 그런데 천연우라늄에서 출발하는 것보다는 저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많을수록 무기급 핵물질에 도달하기가 더 쉬워진다.
미국 쪽은 이란의 ‘브레이크아웃 타임’을 현재의 두세 달에서 1년 이상으로 늘렸다고 협상 결과를 설명했다. 이란이 무기급 핵물질을 확보하려 할 때 미국이 이를 탐지하고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1년이라고 한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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