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2개월 앞둔 영국 노동당의 핵심 전략은 ‘선분배 정책’(Pre-distribution)이다. 이미 발생한 불평등을 조세와 복지 정책으로 사후에 보완하는 정책(2차 분배)이 아니라, 소득 분배가 이뤄지는 단계에서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책(1차 분배)을 펴겠다는 것이다. 제이컵 해커 미국 예일대 교수가 전통적인 재분배 정책과 구분해 사용한 신조어를 노동당이 차용했다. 1차 분배는 시장에서 소득이 결정되는 과정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적극 개입하는 것이다. 민간 기업에 최저임금을 강제하거나, 고액 연봉에 상한선을 두는 정책 등이 그 예다.
시장 소득의 불평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는 노동소득분배율이다. 국민소득(기업이윤+노동소득)에서 노동이 가져가는 몫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50년대 20%대에서 1990년대 중반 60%대까지 급격히 높아졌다.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노동집약적 일자리와 민간 투자가 급증하던 때다. 기업과 노동의 몫이 동시에 커진 시기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정점(62.4%)을 찍고 이후 20년째 60%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201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67.7%, 우리는 60.3%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058조원(2014년 잠정치)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이 10%포인트 높아지면, 연간 100조원가량이 더 노동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2차 분배의 핵심 지표는 조세부담률(세금/국민총생산)이다. 우리는 오이시디 평균(25%)보다 5%포인트가량 낮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조세부담률은 높다. 현재의 조세부담률을 오이시디 평균 수준으로 높이면 한 해 75조원가량 세금이 늘어난다. 재분배 정책을 펼 수 있는 국가의 여력이 그만큼 더 커지는 셈이다.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은 박빙이라고 한다. 노동당이 재집권 전략으로 선분배 정책을 내놓은 건 3년 전이다. 우리 총선은 딱 1년 남았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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