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4월9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지름 220m, 높이 63m(18층 높이)의 거대한 돔야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 속에 ‘세계 8번째 불가사의’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천체 관측창’이라는 뜻의 애스트로돔의 탄생 배경에는 휴스턴의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와 벌새만한 큰 모기 떼가 있다. 초저녁에도 기온이 섭씨 36도 안팎을 오르내리고 퇴치약 없이는 모기떼의 습격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도저히 관중석에 앉아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없었다. 한때 휴스턴 시장을 지냈던 판사 출신의 로이 호프하인즈 휴스턴 콜트 포티파이브스(미국프로야구팀) 구단주는 팬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실내 야구장 건설을 추진했고,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영감을 얻어 세계 최초의 돔야구장을 탄생시켰다. 완공과 함께 야구단 명칭도 애스트로스로 바뀌었다.
역사상 첫 돔야구장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었다. 천연 잔디를 위해 투명유리로 지붕을 만들었다가 자연광 반사 때문에 선수들이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 색깔을 검은색으로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아예 천장에 색깔을 칠하고 ‘애스트로터프’라는 인조 잔디를 개발해 깔았다. 스포츠 구장에 인조 잔디가 깔린 것도 애스트로돔이 최초다.
애스트로돔은 현재 안전문제로 철거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애스트로돔이 품은 역사적·문화적 가치 때문에 철거 반대 여론 또한 만만찮다. 야구, 미식축구뿐만 아니라 무하마드 알리의 복싱 경기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 등도 애스트로돔의 역사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 돔야구장이 등장한 지 50년 만에 한국에서도 6월 말께 돔야구장이 최초로 선보인다. 시민 편의를 위해 지어진 애스트로돔과 달리 고척돔(가칭)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계획돼 불통의 상징이 됐다. 과거의 불통을 되새김질해 미래 소통의 장으로 스포츠·문화 가치를 담아내는 고척돔으로 대중에게 다가서길 바란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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