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 전자오락실의 ‘벽돌깨기’ ‘스페이스 인베이더’ 같은 비디오게임은 중고생들의 주머니를 터는 기계였다. 버튼과 휠을 조작해 벽을 부수거나 지구로 침투하는 상대를 격추하는 게임이다. 옆사람이 조작하는 모습을 한참 관찰하고 따라해도 실제 게임은 녹록지 않았다. 능숙해지려면 매일 수십차례 동전을 투입하며 연마해야 했다.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DQN)은 컴퓨터에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간단한 규칙을 입력한 뒤 게임을 진행하도록 했다. 이후 컴퓨터는 효과적 공략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컴퓨터로 하여금 아타리의 과거 오락실 게임 48개를 플레이하도록 하자 게임마다 적절한 전략을 적용하는 응용력을 보이며 프로게이머 수준으로 능숙해졌다. 사전지식 없이 최소한의 정보로 다양한 학습을 해냈다. <네이처>에 2월25일 실린 논문이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치는 인공지능이 등장한 것이다. 컴퓨터가 1997년 세계 체스챔피언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2011년 퀴즈쇼 <제퍼디>에서 퀴즈챔피언을 꺾은 것에 견줄 만한 성과다.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보상이 극대화하는 행동을 선택하는 강화학습 딥러닝 기술이 적용됐다.
컴퓨터가 응용력을 발휘해 처음 만나는 상황에서 스스로 해법을 찾아내면 일일이 컴퓨터에 정보 입력과 명령을 할 필요가 없다. 꿈꾸어온 인공지능이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컴퓨팅 능력은 급속도로 발달하지만, 인간 능력은 생물학적 시간표에 따라 느리게 변한다. 스티븐 호킹,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등은 한목소리로 사람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려운 문제가 던져졌다. 기술 발달에 사람의 태도와 인식을 맞출 것인가, 사람의 속도에 기술을 제어할 것인가? 편리한 기술을 누리는 것에 앞서 기계의 능력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기계가 침범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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