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엔 이혼이 증가한다. 통계청의 연간 이혼 건수를 보면, 1990년대 이후 전년 대비 증가폭이 가장 컸던 때는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28.0%)이다. 다음으로 높았던 게 카드대란을 겪은 2003년(15.0%)이다. 이후 줄곧 감소하던 이혼 건수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6년 만에 다시 6.4% 증가한다. 통계가 있는 1970년 이후 연간 이혼 건수는 2003년에 정점(16만6617건)을 찍고 추세적으로 줄어 2013년 말 기준 11만5292건이다. 결혼한 사람 1000쌍에 9.4쌍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초기 6개월 동안은 이혼율이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다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부부가 함께 역경을 이겨내려 노력하지만 불황이 길어지면서 결국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고, 집값 하락으로 깡통 주택이 속출해 분할 재산이 거의 없는 실익 때문에 잠시 이혼을 미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불황 이혼’의 이면에는 이른바 ‘불륜 산업’이 있다. 미국의 기혼자 데이트 주선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의 가입 회원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 한 해 동안 전세계적으로는 166%, 미국에서만 192% 증가했다. 2001년 개설한 이 사이트의 종전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50%, 71%였다. 고용률이 하락할 때 회원 증가율이 높아지는 공통된 현상이 나타났고, 특히 매사추세츠 등 교육 수준이 높은 곳에서 회원 수가 많이 늘었다는 게 업체의 분석이다. 이 업체는 2013년 일본에 진출해 1년 만에 100만명을 돌파한 뒤에는 “장기침체에 찌든 일본 중년 남성들의 호응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전세계 회원수는 2000만명으로 한 해 1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이혼 건수는 2013년 이후 2년째 다시 소폭 증가세다. 경기침체가 갈수록 깊어지는 터여서 왠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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