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오너십 사회’(ownership society)를 국정 목표로 내걸었다. 개인이 스스로 부를 늘리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의료와 교육 등 공적 영역은 급격히 축소됐다. ‘부자 국민’이 될 터이니 스스로 챙기라는 얘기다. 부시는 이를 ‘21세기 아메리칸드림’으로 포장하며, 빚내서 집과 주식을 사도록 부추겼다. 2008년 자산 거품이 터지면서 부자 국민의 꿈은 악몽이 됐다. 수많은 미국인이 깡통 주택으로 빈털터리가 됐다.
오너십 사회는 부시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아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그 원조 격이다. 대처는 ‘돈이 많은 민주주의’(property-owning democracy)를 주창했다. 그는 강한 정부를 원했지만 큰 정부를 추구하지는 않았다. 작은 정부와 감세, 불균형 성장을 옹호했다. 대처리즘은 1980년대 말 재정난으로 인두세(폴택스)를 도입하려다 위기를 맞았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머릿수로 내는 세금에 하위층이 분노했다. 수만명이 연일 시위를 벌였고 결국 대처를 권좌에서 밀어냈다.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대처리즘을 “모순된 이념의 접합”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추구한 ‘작지만 강한 정부’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결합한 변종이며, 신자유주의의 원조인 하이에크가 아니라 영국의 보수적 가정의 신념에서 비롯된, 사상이 아니라 가치관에 가깝다고 봤다.
요즘 여당 지도부 안에서 ‘증세 없는 복지’ 노선을 철회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는 모양이다.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은 ‘많은 세금, 많은 복지’ 시스템의 충분조건으로 신뢰를 꼽았다. 세금이 나와 이웃을 위해 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기꺼이 세금을 낸다”(ready to pay)는 거다. 애먼 강물을 막고 텅 빈 해외 탄광을 사들인다고 수십조원의 세금을 쓴 게 불과 몇 해 전이다. 증세 이전에 신뢰부터 이야기하는 게 순서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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