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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슈퍼볼 / 김양희

등록 2015-02-01 18:43

슈퍼볼(SuperBall)이 없었다면 슈퍼볼(SuperBowl)도 없었을지 모른다.

슈퍼볼(SuperBall)은 1964년 화학자 노먼 스팅리가 개발한 고무로 만들어진 작은 공이다. 어른이 힘껏 튕기면 3층 빌딩 높이까지 솟구쳐 오를 정도로 반발력이 세다. 미국에서 처음 출시됐을 때 슈퍼볼의 인기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하루 17만개씩 팔려나갔고 출시 첫해(1965년)에만 무려 700만개 판매를 기록했다. 미국프로풋볼(미식축구)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구단주였던 라마 헌트의 아이들도 당시 슈퍼볼 구매자들이었다. 미국프로풋볼 양대 콘퍼런스 우승 팀이 맞붙는 최종전을 ‘슈퍼볼’(SuperBowl)이라고 명명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초 미국프로풋볼 최종전은 ‘아메리칸풋볼리그(AFL)-내셔널풋볼리그(NFL) 월드 챔피언십’이라고 불렸다. 1, 2회 대회가 이런 명칭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두 기구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별칭이 등장했다. 헌트 구단주는 여러 인터뷰에서 “통합 회의 도중 아이들이 평소 잘 갖고 놀던 슈퍼볼이라는 장난감 이름이 생각나서 ‘볼’(ball)을 음성학적으로 비슷한 ‘볼’(bowl)로 바꿔 제안했다”고 밝혔다. 경기장 모양이 안이 움푹 파인 그릇(bowl)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미 미식축구에서는 ‘로즈볼’(Rose Bowl)이나 ‘오렌지볼’, ‘코튼볼’ 등의 단어가 쓰이고 있던 터라 ‘슈퍼볼’은 팬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그저 통통 튀는 작은 고무공 이름에 불과했던 슈퍼볼은 이제 미국에서만 1억명 이상이 시청하고 30초당 450만달러(49억원·2015년 기준)의 텔레비전 광고료가 붙는 가장 비싼 스포츠 축제의 이름으로 불린다. “로마 숫자가 더욱 특별하고 권위 있게 만들어준다”고 해서 아라비아 숫자 대신 로마 숫자로 횟수가 표기되는 ‘슈퍼볼 XLIX(49)’는 2일(한국시각) 열린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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