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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위험한 계급 / 김회승

등록 2015-01-11 18:44수정 2015-01-11 18:44

1980년대 프랑스 사회학자들은 급증하는 임시노동자에 주목했다. 수많은 비정규직과 실업자, 이주노동자들이 전통적인 임노동 시장에서 이탈해 지속적으로 불안전 고용 상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이들은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고 명명했다. 불안정한(precarious)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무산계급)를 합친 조어다.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시장 재편이 기술 발전과 맞물리며 나타난 새로운 계급으로 진단했다.

올해 초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차학술총회에서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 교수는 “(프레카리아트가) 좌파도 우파도 아닌 ‘위험한 계급’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몰락한 자리를 “불안정한 노동에 조직화되지도 않고 정체성도 없는” 이들 프레카리아트가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젊은 프레카리아트가 급증하기 시작해 일부 국가에선 전체 인구의 25%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스탠딩 교수는 이들 새로운 계급이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들은 기존의 정치세력을 거부하고 시민·노동 의식이 빈약하며 조그만 이익에 쉽게 좌우된다. 끊임없는 구직과 직업 훈련으로 방황하지만 시간과 돈이 부족해 진정한 사회관계를 맺을 기회를 얻지 못한다. 정치적 태도는 균질하지 않다. 재분배를 요구하며 투쟁하기도 하고, 포퓰리즘이나 파시즘에 끌려다니기도 한다. 유럽에서 극우·극좌 정당이 득세하고 자생적인 테러가 나타나는 이유 또한 여기에서 찾는다.

노동경제학자들은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공유 서비스’가 프레카리아트를 체계적으로 양산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운전·숙박·심부름 등 하루 3~4곳의 대행 서비스 업체에서 받은 일감으로 생계를 꾸리는 프리랜서 노동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말처럼, 노동의 시대는 끝나가는 걸까?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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