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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프라이버시 모드 / 구본권

등록 2014-12-22 18:44

닐슨코리안클릭은 16일 한국인이 하루 평균 3시간39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앱이 으뜸으로, 매시간 이용률이 50%를 넘었다. 문자 대화가 음성 대화를 빠르게 대체하는 중이다.

사용자들이 문자 대화의 편리함을 즐기다가 모든 게 기록되는 위험성에 눈을 뜬 것은 최근이다. 발신자와 수신자, 업체에 각각 원본이 있는 점을 이용해 검찰과 업체가 당사자 몰래 카톡 서버에 저장된 대화를 들여다본 게 들통난 이후부터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문자 그대로 모든 대화가 도청당할 수 있다는 경고가 될 줄은 몰랐다.

카톡이 8일 도입한 프라이버시 모드는 종단 간(end to end) 암호화를 적용해, 대화 당사자 아닌 제3자의 접근을 차단한다. 보안 강화의 일환이지만, 실은 ‘내용증명 대화’ 속성을 지닌 문자 대화가 음성 대화를 닮으려 한 것이다. 대화할 때 우리는 모든 내용이 기록돼 보존되거나 제3자가 몰래 접근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자유로운 대화 없이 인간다운 삶은 불가능하다. 스냅챗, 프랭클리, 컨파이드 등의 앱에선 수신자가 확인하는 순간 내용이 사라진다. 음성 대화를 닮은 메신저 앱들이다.

항구적 보관, 시공간을 초월한 접근성, 빠른 속도로 표상되는 더욱 강력하고 다양한 기능이 가장 뛰어난 기술은 아니다. 메신저 앱은 사람들의 실제 대화를 좀 더 배울 필요가 있다. 음성 대화는 기본적으로 말하는 순간에만 존재하고 상대에게만 들린다. 디지털 기술은 정보에 관해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오래’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모드처럼 기술의 속성 아닌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사용자 요구를 배려하는 게 진보한 기술이다. 기술은 언제나 미완의 상태다. 사용자가 기술에 대해 좀 더 알고 요구를 구체화할수록, 기술은 더 인간 친화적으로 진화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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