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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셀카봉 / 구본권

등록 2014-11-26 18:38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셀카봉’을 2014년 최고의 발명품 25종의 하나로 뽑았다. 1년 전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셀카’(selfie)를 2013년의 단어로 선택한 것을 떠올리면 셀카의 시대임이 실감난다. 나머지 24개 발명품 목록이 무선충전, 애플워치, 3디(D) 프린터, 블랙폰 등 첨단기술 제품이란 점에서 셀카봉은 더 눈에 띈다. 셀카봉은 혁신적 기술의 발명품이라기보다, 새로운 문화 현상의 상징이다.

느린 셔터속도의 사진을 찍을 때 흔들림을 방지하는 모노포드(일각대·단각대)가 셀카용으로 진화한 게 셀카봉이다. 타이머를 이용해 촬영하는 단순기능 제품에서 블루투스 방식의 리모컨을 셔터로 쓰는 고급형 제품까지 나와 구색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막대기에 달고 포즈를 짓는 모습이 처음엔 어색해 보였지만, 그 효과가 확인되며 삽시간에 인기상품이 됐다. 팔을 뻗어 얼짱 각도의 사진을 찍는 것에 비할 수 없이 넓은 화각과 박진감을 제공한다.

셀카봉은 더 멋진 셀카를 넘어, 셀카 같지 않은 고품질 사진을 만들어준다. 셀카에 담기 힘들던 배경과 동행인들을 넣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촬영하느라 사진에 자주 빠지던 남편이나 애인도 함께 담을 수 있다. 홀로 여행할 때 남에게 부탁할 필요 없이 어디에서나 선호하는 장소와 화각을 골라 스스로 촬영할 수 있는 자유의 도구다. “사진 한 장 찍어 주시겠어요”라며 낯선 이와 대화할 계기도 추방하는 나홀로 문화다.

카메라는 누구나 가족사진을 남길 수 있게 만들었다. 과거 귀족들은 전속 화가나 사진사를 동반해 여행하며 원하는 곳에서 자신의 모습을 담는 호사를 누렸다. 셀카봉은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항상 전속 사진가를 동반한 귀족과 같은 경험을 하게 해준다. 요즘 인기 있는 공연장에서는 머리 위로 치켜든 스마트폰에 이어 셀카봉까지 등장해, 뒷줄의 시야를 막고 있다. 전속 사진가를 부리는 사람들답게 좀더 스마트해져야 할 일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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