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까지 미국 경제는 천연자원에 기반을 둔 전통산업이 주력이었다. 1960년 매출액 상위 50대 기업의 70%는 석유와 물, 식량과 건설 관련 기업들이다. 지금은 상위 50대 기업 중 천연자원에 기반을 둔 기업은 10개뿐이다. 상위 4대 기업 중에서는 석유업체 엑손모빌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아이비엠, 애플, 그리고 구글이다. 불과 50년 새 천연자원에서 인적자원 기반으로 빠르게 체질이 바뀐 것이다. 미국인의 직업 분류에서도 이런 특징은 잘 드러난다. 이른바 ‘지식노동형 일자리’ 비중은 1900년 13%에서 1960년 16%로 조금 늘어나다 1960년대 이후 급증해 지금(2010년)은 33%로 커졌다.
토론토 경영대학장을 지낸 로저 마틴은 이를 ‘인재주도형 경제’(talent economy)로 명명하고, 그 최대 수혜자로 월가의 대형 헤지펀드를 지목한다. 그는 지난 20년간 미국의 지식노동형 경제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가치의 거래’에만 몰두해왔다고 평가한다. 그 결과, 기업의 경영진과 금융업자 등 소수의 엘리트 인재들에게 가장 큰 경제적 보상을 가져다주었고 미국 사회를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불평등 사회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그가 내민 증거는 미국 부자의 순위다.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미국의 부자 400명 명단을 보면 지난 10여년 만에 헤지펀드 소유자가 불과 4명에서 31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잘나가는 정보기술(IT) 기업 소유주(39명)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그는 “인재주도형 경제의 과실을 소수의 최고경영자와 월가의 매매자들이 독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형 금융사와 투자자가 주요 고객인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부의 집중이 소비와 수요 감소로 이어져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내놨다. 소득 불평등이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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