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대놓고 정보기술(IT)을 홀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아이티 기술은 일자리를 줄여왔다”며 대신 4대강과 ‘녹색성장’에 집중했다.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이후 정권의 인터넷 트라우마는 세계에 유례가 드문 인터넷실명제 강화와 사이버모욕죄 추진으로 나타났다.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는 댓글로 선거에 개입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화두로 내걸며 전임 정부의 토목경제와 차별화를 꾀했다. 창조경제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청와대는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2013년 5월 청와대 미래수석은 ‘창조경제 브리핑’을 열어 싸이와 카카오톡이 창조경제의 사례라고 예시했다. 창조경제를 알려야 할 현 정부한테 카카오톡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였다.
카카오톡.
2000년대 초반 포털과 온라인게임 기업 이후 이 분야에서의 성공 사례가 거의 들려오지 않아온 상황에서 카카오톡의 성공은 돋보였다. 거대 통신기업의 기득권에 맞서 무료로 소통 기능을 제공해 사용자 후생을 높인 점과 모바일 시대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내며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점은 카카오톡을 창조경제의 대표 사례로 치켜세우기에 충분했다. 카카오 대표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멘토로 선임됐고, 새누리당 창조경제 특위에도 사례 발표를 위해 호출됐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카카오 사옥을 방문해 “과감하게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모독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한마디에 카카오톡은 창조경제 본보기에서 검찰의 ‘관계기관 대책회의’ 멤버로 됐다. 세월호 관련 집시법 위반 정당인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혐의와 무관한 일반인들과의 통신 내역도 무차별 사찰 대상이 됐다는 폭로 이후 국외 메신저 업체로의 사이버 망명은 빠르게 늘고 있다. 창조경제 본보기라고 제시한 기업을 정부 스스로 ‘창조적’으로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창조경제의 민낯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