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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태규 칼럼] 한국의 언론자유, 안녕한가

등록 2014-10-01 18:41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에서 선택을 하라면 주저 없이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는 토머스 제퍼슨(미국 제3대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언론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이란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치권력 간에는 입법·행정·사법부가 정립하며 상호 견제를 한다지만, 3부에 대한 감시·비판은 자유로운 언론의 존재 없이 이뤄질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 점차 힘이 세지는 경제·민간 권력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사회에서 차지하는 언론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언론자유의 향유 정도에 따라 그 나라가 얼마나 민주적인가를 측정하는 것도 언론자유가 민주국가의 핵심 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www.freedomhouse.org)는 1980년부터 세계 각국의 언론자유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 분야의 가장 권위 있고 대표적인 단체다. 이 단체가 4월 발표한 ‘2014 언론자유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32점으로 197개국 중 68위, 부분적 언론 자유국이다. 이 단체는 법률, 정치, 경제 환경별로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요소에 대한 평가 점수를 매겨 1~30점까지는 자유국, 31~60점까지는 부분적 자유국, 61~100점은 부자유국으로 분류한다. 2점 차이로 아깝게 자유국이 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공동 67위인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와 남미의 칠레보다 뒤지고, 아시아 나라 중에서도 대만(47위), 파푸아뉴기니(58위)가 우리 앞줄에 있다.

우리나라는 이 단체가 보고서를 발표한 이래 1988년까지 부자유국과 부분적 자유국을 오락가락하다가 89년부터 자유국이 됐다. 보고서가 전해의 언론 상황을 평가하는 것이어서 직선제를 통한 정권 창출과 민주화 바람이 높게 평가되었을 것이다. 이후 2010년까지 쭉 자유국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때인 2011년부터 부분적 자유국으로 전락한 뒤 좀처럼 자유국 지위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미네르바 사건에서처럼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방송사 요직에 친정부 인사를 앉힌 것 등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탓이다.

더욱 참담한 것은 이런 상황이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박 정부는 자신이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2014년 보고서에서 순위가 전년보다 4단계나 떨어졌다. 내년에 나올 2015년 보고서의 전망은 이보다 심하면 심했지 나을 것 같지 않다.

구구하게 설명할 것도 없이 최근 벌어진 두 사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하나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의문의 7시간’ 동안 한 남성을 만났을 가능성을 보도한 <산케이신문> 서울 특파원에 대한 검찰 수사이다. 저널리즘의 기본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눈살을 찌푸릴 저급한 기사가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하면서 언론 탄압의 상징이 됐다. ‘국경 없는 기자회’와 미국의 보수지 <월스트리트 저널>까지 비판하는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 다른 예는 박 대통령이 ‘인터넷상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발언을 하자마자 검찰이 즉각 허위사실 유포 단속팀을 신설한 일이다. 이에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사이버 망명’이 잇따르고, 헌법 분야의 유엔이라고 할 수 있는 ‘베니스위원회’의 위원장이 정부의 인터넷 감시 방침에 우려를 표시하는 후폭풍이 일고 있다.

오태규 논설위원실장
오태규 논설위원실장
‘대통령 없는 언론’과 ‘언론 없는 대통령’ 중에서 망설임 없이 후자 편에 서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보고 프리덤하우스는 내년에 무슨 말을 할까? 그것이 궁금하다.

오태규 논설위원실장, 페이스북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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