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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환영받지 못한 금메달 / 김양희

등록 2014-10-01 18:38

앨리스 코치먼은 높이뛰기 첫 시도에서 1.68m를 넘었다. 올림픽 신기록이었다. 경쟁자인 도로시 타일러(영국)도 같은 높이를 뛰었지만 두번째 시기에서 성공했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여자 선수들 중 맨 처음 나온 금메달이었다. 영국 왕 조지 6세로부터 금메달을 수여받았고, 백악관에 초대돼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만났다. 조지아주에서는 수킬로미터의 축하 행진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태어난 곳, 올버니시의 기념행사 분위기는 달랐다. 시장부터 악수를 거부했고 행사장 정문 앞에 모인 인파들끼리 충돌하면서 도망치듯 정문이 아닌 옆문으로 나가야만 했다. 코치먼은 흑인이었다.

코치먼은 전세계를 통틀어 흑인 여성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량상 더 일찍 금메달을 딸 수도 있었으나 2차 세계대전으로 1940년, 1944년 올림픽이 취소되는 바람에 늦어졌다. 영국 국왕도, 미국 대통령도 코치먼의 금메달을 축하했지만 정작 고향에서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절반의 환영만 받았다. 올버니 시장을 포함해 시민들 다수가 백인이었다.

코치먼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차별받았지만 나에게는 문제가 안 됐다. 나는 이미 올림픽 승자였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온전히 그들 몫이었다”고 말했다. 타인의 인정 여부에 관계없이 메달의 가치, 우승의 가치는 훼손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코치먼의 집에는 수많은 축하 선물들이 답지했다. 대다수는 백인들이 이웃들 몰래 보낸 것들이었다. 흑백 갈등 속에서 남들 눈치 때문에 겉으로는 환영을 못 해줬지만 마음속으로는 코치먼을 응원하던 백인들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그 대상이 인종이든 선수든 혹은 특정 종목이든 편견과 아집으로 우리 시대 또 다른 ‘앨리스 코치먼’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볼 때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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