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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레티나HD와 모나리자 / 구본권

등록 2014-09-16 18:31수정 2014-09-17 10:42

레티나HD
레티나HD
애플은 아이폰6에서 ‘레티나 에이치디(HD)’를 디스플레이로 채택했다. ‘레티나’(망막)는 스티브 잡스에 의해 널리 알려진 단어다. 잡스는 2010년 아이폰4 출시 때 이전보다 4배 선명해진 화면에 대해 “10~12인치 거리에서 사람 눈이 식별할 수 있는 망막의 한계를 넘어섰다. 더 이상의 선명도 경쟁은 무의미하다”며 작명 이유를 홍보했다. 잡스의 말이 무색하게 팀 쿡의 애플은 ‘고화질 망막’을 장착했다.

삼성·엘지전자 등은 지난해부터 ‘레티나’ 수준을 능가하는 고해상도 스마트폰을 내놓았으며, 시장의 대세가 됐다. 화질 경쟁은 노트북과 텔레비전에서도 마찬가지다. ‘고화질’(HD), ‘풀 에이치디’를 지나 최근엔 ‘초고화질’(UHD) 경쟁중이다. 초당 수십 프레임이 주사되는 고화질 방송 화면의 품질은 이미 육안으로 식별 불가능한 수준이다. 산업계의 기술 경쟁은 사용자의 필요나 한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케빈 켈리는 <기술의 충격>에서 기술의 자율진화 속성을 ‘테크늄’이라고 부른다.

모나리자
모나리자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세밀하게 묘사하는 극사실주의 화풍은 디지털 기기의 선명도 경쟁을 돌아보게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오묘한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로운 미소로, 500년이 지나서도 회화 역사를 대표하는 그림으로 지목된다. 모나리자의 신비한 아름다움은 다빈치가 적용한 스푸마토(sfumato) 기법에서 비롯했다. 이탈리아어로 ‘연기처럼 사라지다’(sfumare)라는 의미의 이 기법은 세부 묘사를 생략한 채 윤곽선 없이 형태와 색채를 결합시키는 게 특징이다. 모나리자의 옷자락과 배경도, 입꼬리도 선명한 경계 없이 주변과 부드럽게 어우러져 있다. 르네상스의 천재는 세밀한 묘사 대신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그림을 보면서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인지과학적 기법을 동원해, 놀라울 만큼의 생생함과 신비함을 느끼도록 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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