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 프란치스코’가 100시간여 한국 체류를 마치고 출국했다. 가는 곳마다 구름 인파가 몰렸고 잔잔한 열광이 일었다. 한바탕 ‘메시아 신드롬’이 태풍처럼 헤집고 간 느낌이다. 한국을 아시아의 첫 방문지로 정한 교황청의 선택은 대박이 됐다.
평론가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망해가는 기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최고경영자’에 빗댄다. 미국 아이비엠의 루 거스트너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탁월한 전략가라는 얘기다. 천주교라는 거대하고 무거운 조직을 탈바꿈시킨 그의 능력에 대한 세속적 예찬이다. 2013년 봄 프란치스코 교황이 베네딕토 16세의 바통을 이어받을 때만 해도, 천주교와 바티칸은 총체적 위기 상황이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흥시장에선 경쟁자(다른 종교)들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기존 시장(유럽)에서는 부패 스캔들로 고객(신자)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인력(사제)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시기였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과 1년여 만에 반전에 성공했다. 교황에 대한 지지도는 85%를 웃돌고 주말 미사 때 바티칸 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이른바 ‘프란치스코 효과’다. 이런 반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이들의 벗’이라는 가톨릭 본연의 임무에 집중했다. 기업으로 치면, 핵심 역량에 집중한 것이다. 치렁치렁한 망토를 벗어던지고 소년원 아이들의 발을 씻었다. 거대한 전용 관저를 나와 포드를 탔다. 철저하게 ‘아래를 향한 전략’이 신흥시장 예비신자들의 기대와 정서에 부합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낙태와 동성애 등의 논쟁적 이슈에 유연한 자세를 보인 점도 가톨릭 문턱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다. 한국 천주교가 아시아권에서의 복음 확대를 위해 적합한 ‘테스트 베드’라는 평가(프랭클린 라우시 미국 랜더대 교수)가 나오는 이유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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