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려 할까?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얼마 전 이와 관련한 주장을 <뉴욕 타임스>에 기고했다. 그의 논리를 따라가 보자.
부자의 상속은 자신이 지금 쓸 돈을 절약해 미래 후손에 투자하는 행위다. 자신뿐 아니라 자녀의 풍요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뤄지는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효용적 선택’이다. 상속을 위해 현재 재산과 소비를 일정 부분 ‘희생’하는 것이니, ‘세대 간 이타주의’라고 그는 규정한다. 특히 초고소득층일수록 상속에 더욱 강한 동기를 갖는데, 이는 자녀가 ‘자신보다는 덜 부유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맨큐는 부의 세습을 합리적 경제 행위로 옹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 성장을 돕는 간접적 효용을 강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부자의 상속은 자녀 세대가 사업을 확장하는 종잣돈이 되고, 이렇게 투입 자본의 총량이 증가하면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맨큐는 “상속한 자본의 축적이 우리의 생산성과 임금, 그리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결론에 이른다. 부의 세습으로 개인 간 불평등이 확대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 효용도 증가시킨다는 얘기다.
‘부자 가문의 재산이 축적되면 모두에게 좋다’는 맨큐의 주장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발끈했다. 자본 보유량이 증가하면 임금 상승 형태로 노동자에 돌아가는 낙수효과를 강조하기 이전에, 경제학자라면 그에 상응하는 기회비용을 설명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상속되지 않은 재산은 모두 없어져 버리거나 낭비되는 것으로 가정한 맨큐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만약 상속 재산을 세금으로 환수해 사회보험 등 공적 재원으로 썼다면 어땠을까?”라고 반문한다. 정부가 상속세로 거둔 수입을 무용한 일에 쓴다고 말하고 싶은 게 속내인 것 같은데, 마치 경제학적 분석을 한 것처럼 위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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