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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7·30 선거와 박원순 / 이철희

등록 2014-07-23 18:15수정 2014-07-23 21:31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야권이 잘 못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권정당의 면모, 아무래도 언감생심이다. 다만, 소박하게 선거 때만이라도 단합된 투지, 대승적 관점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7·30 재보궐선거를 치르는 모습을 지켜보니 이런 소박한 기대도 난망인 듯싶다. 못해도 너무 못한다.

국외자의 입장에서 보면 7·30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은 15곳이다. 이번 선거 이전의 당적을 보면 새누리당이 9곳, 새정치연합이 6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15곳 중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에서 이긴 수도권의 6곳은 대부분 여권의 뿌리가 상당한 지역이다. 동작을의 정몽준 전 의원, 김포의 유정복 인천시장, 수원병(팔달구)의 남경필 경기지사가 각각 해당 선거구에서 재선, 3선, 5선을 한 사실을 떠올리면 쉽게 수긍이 간다. 게다가 역대로 지방선거 후에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는 휴가철이라는 시점과 선거 피로감 등을 고려할 때 투표참가율이 높은 고정 지지층을 가진 새누리당에 유리하다. 실제로 지금까지 있었던 지방선거 후의 4차례 재보궐선거에서 모두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따라서 7·30은 야당에 불리한 선거일 수밖에 없다.

물론 지방선거 후 인사 실패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일제히 하락함에 따라 야권이 선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건 사실이다. 야당이 효율적으로 움직였다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의석을 늘릴 수 있는 조건이었다. 야당이 여느 때와 달리 갑자기 잘할 리도 만무하고, 여당의 콘크리트 고정표를 고려하면 야권이 낙승하는 건 애당초 어려웠다. 여기에 동작을 공천의 몸싸움으로 엿새를 허비하고, 권은희 후보의 광주 공천과 그에 대한 여권의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야권이 전체적으로 끌려가는 선거판이 됐다. 과한 기대와 딱한 무능이 빚어낸 열세라는 얘기다.

선거는 객관적 흐름도 중요하지만 주관적 선택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야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이 달라질 수 있다. 바로 야권연대다. 동작을과 수원정(영통)은 야권연대가 되면 야권이 충분히 해볼 만하다. 동작을의 경우 여론조사에 비춰볼 때 단일화 효과는 정의당의 노회찬 후보가 더 크다.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대표는 지난해 4·27 재보궐선거에서 노회찬 후보의 지역구를 힘으로 접수했다. 노회찬 후보가 양보한 건 아니지만 어떻든 마음의 빚이 없을 수 없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이 양보하는 게 좋다. 기동민 후보를 진통 끝에 전략공천한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입장에서 기 후보의 양보를 말하긴 어렵다. 이 단일화의 키맨(key man)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이 나설 명분은 충분하다. 기 후보는 박 시장의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이번 선거에서도 박원순 마케팅을 캠페인 기조로 삼고 있다. 노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을 공개 지지했다. 게다가 박 시장은 이제 일개 단체장을 넘어 야권의 지도자다. 걸맞은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동작을이 풀리면 수원정도 해결된다. 정의당 천호선 후보가 양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15석 중 야권이 8석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단일화가 기동민 후보에게 일방적인 손해일까? 아니다. 지금처럼 야권표 분산으로 선거가 치러지면 기 후보는 이기기 어렵다. 이뿐인가. 억울하게 공천에서 탈락한 23년 지기 허동준 위원장이 지금 기 후보를 돕고 있어 선거 후 동작을에 그냥 눌러앉기도 쉽지 않다. 대의를 위해 양보하는 모습으로 다음 총선을 기약하는 게 더 낫다. 또 그게 ‘멋진 놈’ 기동민답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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