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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주 칼럼] 금판사 금변호사들의 잔치…

등록 2014-05-27 18:16수정 2018-05-11 15:16

김선주 언론인
김선주 언론인
저세상 사람이 된 지 20년이 지난 김남주의 시가 생각난다. ‘아버지’를 그리며 쓴 시다. 평생 ‘금판사’가 되면 돈을 갈퀴로 긁는다고 노래를 불러 아들이 ‘아니다 검판사다’라고 바로잡아 주면 ‘아니다 금판사다, 금판사 장롱에 금싸라기가 쌓인다’고 부러워했다는 시인의 아버지는 일자무식으로 밭 한뙈기 없이 남의 집 머슴살이로 고단한 삶을 살았다.

아마 안대희 총리 후보자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 개업 여섯달 만에 16억원을 벌었다는 보도가 당황스러웠다.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 정도는 약과이고 누구는 1년에 얼마 누구는 5년에 얼마라고 알려준다. 금판사는 몰라도 금변호사는 되는 것 같다. 변호사로 번 돈은 사회에 환원하겠다니 안 한 것보다는 나은 일이겠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지만… 허탈해졌다. 비교적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던 사람이기에 슬프기까지 하다. 세상이 더 어두워진 것 같은 느낌이다.

총리 수명이 몇년인지, 그가 총리 다음에 무엇을 꿈꾸는지는 알 수 없으되 전관예우로 얻은 것일 수밖에 없는 부도덕해 보이는 돈을 토해낼 만큼 총리직이 대단한 것인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여러 가지 비판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터인데도 공직생활을 마감한 지 얼마 안 되어 자신의 이름을 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을 때는 어떤 결심이 섰을 것이고 최소한 공직에는 안 나서겠다는 정도의 각오를 했어야 한다는 게 보통사람의 상식이 아닌가 싶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수재로 이름났던 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예상을 못 했을 리 없다.

그렇다. 변호사 개업한 지 1년도 안 되어 그런 돈을 벌었다면 갈퀴로 긁은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장롱에 금싸라기가 쌓인다는 말이 그럴싸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뭐 금변호사인데… 1년 동안 번 돈에 불과한데… 지금 전재산 몽땅 내놓고 몇년 총리 하고 난 뒤에 또 얼마든지 벌 수 있을 텐데… 게다가 그 좋다는 공무원연금도 받을 텐데…라는 비웃음을 지금 도덕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가장 도덕적이라며 골라낸 총리 후보자가 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불행하다.

6월4일… 선거날이다.

햇빛 환한 마당에 수십장의 포스터를 모두 펼쳐놓았다. 이럴수록 선거를 잘해야 한다고 마음먹는다. 누구를 뽑을지보다 누구를 뽑지 말아야 할지부터 골라내어 포스터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일곱명을 뽑아야 한다는데 남은 사람은 다섯이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두명을 건진다. 쓰레기통에 버린 기준은 이렇다. 도덕적으로 어떨까 청렴할까 아닐까라는 나 나름의 판단을 그들의 이력서와 공약을 보면서 했다. 우리 사회의 양지쪽만 바라봤는가, 학력 자랑을 했거나 우리 사회의 온갖 좋다는 기관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었는가, 출세에 인생을 걸었는가를 살피고 온갖 좋은 자리란 자리는 모두 차지했던 사람은 뺐다.

세월호 참사를 보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도덕 불감증의 사회인가 절감한다. 출세라는 것이 결국 서로 봐주고 밀어주고 고향 사람이고 같은 학교를 다녔고 같은 직종에 종사했고 한솥밥을 먹었고 그런 관계가 종횡으로 엮인 것의 산물이며 무엇보다 돈이 중요한 매개가 되고 있다. 금판사 금변호사는 그런 커넥션이 최고로 은밀하고도 당연하게 작동되는 체제의 소산이다. 금판사 금변호사의 존재는 법의 잣대보다 커넥션이 우선한다는 무서운 반증이다.

내년도 예산에 긴급히 안전예산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예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에서 빼서 쓸 것이고 기구가 만들어지고 세월호에 직간접으로 책임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이름을 바꿔 자리를 차지하고 안전예산에 의해 만들어질 돈벌이에 편승할 유병언류의 장사꾼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돌아가신 이돈명·황인철·조영래 변호사…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변호사의 직무에 충실한 아무개 변호사… 아무개 검사 아무개 판사… 그들의 이름을 차례로 불러본다. 금변호사와 금판사의 길을 택하지 않은 당신들의 용기와 결단이 존경스럽다.

김선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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